이 연구는 18세기 초 미술가이자 해부학자였던 에르콜레 렐리와 베네딕토 14세의 사례를 통해 당대 인체 해부학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살펴보았다. 이 같은 수요의 원인은 근대 초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던 미술과 의학의 밀접한 협업 속에서 인체에 대한 관점이 분화되었기 때문이다. 미술가와 후원자가 만났던 계기였던 아르키진나시오 해부학 극장의 리모델링 사례는 역사를 요약했던 ‘기억의 극장’이 동시대 생각이 반영되는 ‘스펙터클’이 공유되는 장소로 변화되었다는 점을 알려준다. 렐리는 동시대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반영해서 강의자의 연단을 새롭게 배치했고, 기존에 배치된 조각상을 대체하며 의학사를 전달했던 기억의 극장을 동시대의 의학사적 관점을 투영하며 새롭게 변화시켰다. 이는 장소의 사회적 유용성을 강화한다. 이 작업을 높이 평가했던 베네딕토 14세는 렐리가 인체 해부학 밀랍 모델을 연구하고 생산하며 이를 통해 형성된 컬렉션을 관리하도록 후원했다. 동시대의 관점이 반영되는 계몽주의 시대 스펙터클의 문화는 미술과 다른 분야의 접점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며, 인체 해부학에 대한 학문적 유용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 결과적으로 그랜드 투어를 통해 이탈리아의 인체 해부학 컬렉션은 유럽에 확산될 수 있었다.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미술과 다른 분야의 관계는 미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늘 새로운 해석을 요청한다. 이는 학제 간 접점이 강조되는 이 시기 미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돌아보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