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은 중국철학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관건사로 중국철학의 주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성인의 말을 전달하고, 성인의 행동을 서술하거나 그 행동의 당위성을 논증하는 데에 있다. 이것은 마왕퇴에서 출토된『황제사경』에서도 분명히 나타나는 특성으로 황제사경은 다양한 각도에서 성인을 논술함으로써 황로학이 추구하는 이상적 모습을 십분 표명한다. 『황제사경』에 따르면, 성인은 천하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이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성인의 출현으로부터 인간과 우주가 합일될 수 있다는 관점을 제기한 것이다. 『황제사경』은 인간과 우주를 이질적인 것으로 보지 않으며 인간은 우주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에서 성인은 인간과 우주를 서로 소통시키는 존재가 된다.『황제사경』의 첫 구절인 “도생법”은 성인의 역할을 압축적으로 개괄한 것으로 성인은 추상적인 도와 구체적인 법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 『황제사경』의 성인은 도를 체득하여 구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인물로서 성인이 제창한 법에 의해 인간의 모든 행위는 올바른 준칙을 얻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천하의 안정을 도모하게 된다. 이와 같은 『황제사경』의 성인은 도가와 법가의 성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이 있는데, 『황제사경』은 한편으로는 이 두 학파의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황로학적인 모습을 갖춘 성인을 논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