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사진작가 김영갑(1957∼2005)이 남긴 자전적 에세이집인 『섬에 홀려 필름에 미쳐』,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텍스트로 하여 사진 작업에 임하는 그의 자세와 제주도만을 촬영한 작가로서의 생각과 언급들을 고찰함으로써 사진에 대한 열정과 집념의 구체적 양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연구 목적하에 본고에서는 예술혼의 극대화와 자기 구현, 의도적인 고립과 몰입, 응답으로 다가온 구원과 소진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논의를 전개했다. 첫째, 그에게 있어 사진 작업은 세파에 옅어진 자신의 본래면목을 찾고, 독자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자기 구현의 과정이었다. 둘째, 그는 고립과 몰입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인간적 외로움을 넘어서고, 제주에서의 사진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셋째, 제주에서 보낸 김영갑의 일생은 응답에 대한 갈구와 기다림의 시간이었는데, 그가 기다린 응답은 세상 차원에서의 인정과 찬사가 아닌 자기 내면에서 솟아나는 각성과 자각이었다. 결국 그의 육신은 소진되었지만 그는 갤러리 두모악을 통해서 구원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