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문학사상 최초의 외설 필화 사건이었던 염재만의 『반노』를 중심으로, 1968-1970년간 한국사회 성담론의 단면을 그려보기 위해 집필되었다. 정을병의 『유의촌』과 대한가족계획협회에서 발간한 월간지 『가정의 벗』에 나타난 성담론을 함께 분석함으로써 당시 한국의 지배적 권력 메커니즘이 푸코가 말한 ‘생명정치’의 통치성으로 이행해가고 있었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반노』는 미학적으로도 문학사적으도 훌륭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동일 시기 한국의 생명정치가 인구와 가족과 성에 관한 새로운 조절 메커니즘으로 이행해가는 과정을 드러내기에는 훌륭한 텍스트라는 것이 이 글의 문제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