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은 데카르트철학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동시에 가장 논쟁적인 논제다. 이 논제는 데카르트 사후 데카르트주의의 역사뿐 아니라 프랑스 유심론을 비롯해 현대철학에 이르는 다양한 철학적 입장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만큼 선구적이었고, 오늘날 심신문제를 다루는 학자들까지도 거의 예외없이 데카르트의 해당 논제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경향을 보인다. 그럼에도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이 고도의 형이상학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당대적인 학술의 지평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했는지 그 학제적-역사적 문맥화를 시도한 연구는 비교적 요원하다. 본 논문은 심신이원론이 당대 의학, 특히 해부학의 성과에 힘입어 안착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데카르트에게 가해진 일부의 비판과는 달리 데카르트주의의 확산과 동시에 초기근대 의학의 철학적 초석이 될 수 있었다고 주장함으로써 데카르트주의 의학사 연구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