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은 한편으로는 규제입법이 주장되고, 학생인권조례에서는 이미 금지된 인권침해행위로 이해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인권적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혐오발언은 차별지향적 표현성을 갖는 경우(혐오표현)에도 그에 대한 비판과 대항표현이 함께 함으로써 시민문화를 형성해 가는 담론의 일부가 되기도 하며, 발언자와 수신자 모두의 상호적 성찰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도 혐오표현은 혐오발언자들이 지향하는 상태(이해관계의 조정, 질서모델 등)를 이루려는 그들의 의지들을 결집시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면서(정치성), 동시에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구성한다(수행성). 이 점은 대항표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수행적 정치성’은 페미니즘, 민족주의, 사회민주주의의 정치적 연대와 기독교단체 및 보수시민단체의 연대 사이의 적대관계로 전개되고 있다. 이 적대는 혐오표현의 법적 규제를 다수자에게만 인정하는 입장과 양심적 혐오표현권을 인정하자는 입장 간의 타협 없는 대립에서도 확인된다. 혐오표현의 포괄적인 법적 규제(금지와 제재)는 혐오표현의 발언자를 가해자, 수신자를 피해자(또는 보호대상자)로 이분하고, 혐오발언을 수신자의 상처를 생산하는 행위로 전유해 버린다. 이는 발언자와 수신자가 모두 각자의 성찰을 통해 자기정체성을 재구성할 기회를 빼앗고 공론에 참여하는 주체의 역할을 박탈하며, 의견을 표현하는 시민들에게 자기검열을 요구하게 된다. 이는 토론민주주의의 인프라인 시민적 공론을 위축시키고, 민주적 과정을 혐오표현이나 그 대항표현들이 일체 사라진, 예의 바르고 얌전한 주장들의 상호수렴적인 동질화의 과정으로 왜곡시킨다. 그렇기에 이 글은 혐오표현의 포괄적인 법적 규제에 비판적 거리를 두고, 성희롱이나 스토킹 개념보다 훨씬 더 심한 혐오표현의 불명확성을 마주하면서 혐오표현이 예외적으로 규제법에 의해 규율될 테두리조건(문화기억, 일방적 혐오, 실제적 차별효과, 선동성)을 설계한다. 끝으로 이 글은 수많은 혐오표현들마다 그러한 테두리조건의 충족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이 곧 시민적 담론의 과정이며 성숙한 시민문화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라는 전망을 보여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