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자녀의 출생신고를 위해 장기간의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미혼부’가 한국 가족법제의 가부장적인 작동 원리에 의해 양산되는 범주임에 주목하여 미혼부의 출생신고 과정을 여성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를 통해 부자관계는 혈연관계를 전제로 한 ‘자연적’인 관계가 아닌 개인의 성·재생산 실천을 특정한 형태로 규범화하는 가족법 체계에 의해 구축되는 정치적 관계임을 밝히고, 미혼부와 출생미신고 아동 문제를 부계 중심의 가부장적 재생산 통치의 문제로 위치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질적 연구방법을 활용하여 제도적 규제를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 과정과 유형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201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미혼부 지원단체 ‘A협회’에서 그동안 지원해온 미혼부 가정의 사례 분석과 심층면접을 통해 구체적인 출생신고 소송 과정을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미혼부는 단순히 미혼 상태에서 출생한 자녀를 양육하는 남성이 아니라, 법적 아버지의 지위를 아내의 출산을 통해서만 확립할 수 있도록 규제하면서 승인 가능한 가족을 선별하고, 비규범적 가족관계에 있는 개인의 사회 성원권을 박탈하는 부계주의적 가족법 체계에서 필연적으로 양산되는 주변적 범주였다. 미혼부의 특정한 사회·제도적 위치를 한국사회가 그동안 인식하지 못한 것이 단지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혼부와 출생미신고 아동 문제는 개인 남성의 부성이나 아동의 기본권에 대한 감정적 호소로 해결될 수 없다. 이는 법적인 가족 관계를 협소하게 규정하면서 부계가족주의를 재생산하는 가족법제의 근본적인 변혁이 선행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