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죽음과 장례 집행 과정을 포함한 애도의 전 과정에서 퀴어들에게 작동하는 사회적인 배제와 차별에 주목하면서도, 제도가 허락하고 인정하는 ‘당연한 장례’, ‘당연한 애도’, ‘당연한 관계와 유대’를 문제제기하는 데 있다. 실제 삶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는 퀴어들이 죽음을 함께 애도할 권리, 삶과 죽음에 걸쳐서 동행할 권리가 박탈되는 문제에 주목하면서 애도를 정상가족제도와 불화하는 퀴어가족정치의 장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자신을 퀴어(성소수자,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로 정체화하고 자신에게 중요한 파트너, 친구, 동료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이들을 인터뷰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고려했고, HIV감염인이 애도의 권리에서 배제된 경험에도 주목했으며, 간병 과정에서 겪었던 파트너와 친구들의 돌봄도 포함하였다. 연구결과, 연구참여자들은 폐쇄적인 이성애가부장제 가족주의를 넘어 ‘생존적 돌봄’, ‘조력적 돌봄’, ‘커뮤니티의 연대적 돌봄’을 함께 수행해 왔으며, 살아서 맺은 친밀한 유대와 결속이 죽음의 전 과정에서 애도의 정치를 추동하는 동력으로 작동함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퀴어에게 돌봄은 생존과 무관한 것이 아니며, 취약한 세계를 직면하게 하는 생존의 토대이자, 삶의 의미를 공유하는 연대적인 성격을 혼종적으로 가지고 있다. 또한, 퀴어는 ‘법적인 외부자’의 자리를 강제하는 애도의 장과 법적인 제도에 저항하면서 ‘퀴어로서의 장례’가 가능한 유대의 장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