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김열규의 다양한 학문적 성과 중에서 그가 보여준 ‘욕’에 대한 시선,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저작 제목으로 삼고 있는 ‘욕에 대한 미학’을 살피는 것을 주요한 연구 목적으로 삼는다. 김열규는 욕을 문화와 규범의 경계를 순간적으로 넘어서 폭발된 것으로 본다. 이는 욕을 지극히 감정적인 상태의 촉발로 살피는 것으로, 욕은 발화되는 게 아니라 폭발된다고 설명하면서, 욕이 드러내는 ‘감정’에 주목한다. 즉 인간은 감정을 분출하기 위해서도 욕을 하지만 동시에 감정을 달래기 위해서도 욕을 하는데, 이것은 한국적인 맺힘과 풀림, 한과 신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욕을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라고 풀어낸 것도 같은 의미 선상에 있는 것이다. 김열규는 욕의 대상, 정확히는 욕이 비유적 소재로 삼고 있는 대상을 다양하게 나열하고 있지만, 사실 김열규가 보여주는 욕의 비유적 소재들은 모두 인간의 ‘몸’과 관련된 것이다. 인간의 성, 인간의 육체(장애를 포함하는)에 집중된 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육체는 우리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것이기에, 육체를 비유로 사용하는 욕은 약자가 강자를 쉽게 격하시키고 순간적인 공포와 웃음을 드러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김열규가 보여주는 욕의 소재와 대상들은 바흐친의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으로도 설명 가능하며, 이는 보편적인 민중문화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