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협약상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유럽인권재판소의 심사 기준 중 과잉금지원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럽인권재판소의 과잉금지심사는 수평적 과잉금지심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우리 헌법재판소의 과잉금지심사처럼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단계적으로 구별하여 차례로 심사하는 이른바 수직적 과잉금지심사와는 논증구조가 상이하다. 유럽인권재판소의 과잉금지심사에서는 우리 헌법재판소의 법익의 균형성 심사에 해당되는 공정한 균형 심사가 논증의 중심이자 핵심이 된다. 과잉금지원칙의 이론적 측면에서 볼 때 과잉금지원칙의 핵심은 이 정도의 권리 제한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정도의 공익을 달성하는 것이 정당한지의 판단인데,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례 법리에서는 공정한 균형 심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공정한 균형이 논증의 중심적 지위를 차지하는 논증구조는 이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정당하다. 유럽인권재판소는 공정한 균형 심사를 함에 있어서 협약상 권리의 구체적 제한 정도와 회원국의 조치가 달성하려는 목적의 구체적 가치를 측정한 다음 양자를 비교형량 하는 논증구조를 취한다. 이 중 측정 단계에서는 유럽인권협약의 주요 가치와의 관련성뿐 아니라 사안별로 특징적인 각종 구체적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그 결과 협약상 권리나 회원국의 조치의 추상적인 중요성에 그치지 않고 그것의 구체적인 중요성을 판단한다. 이와 같은 측정 결과를 근거로 비교형량 단계에 나아가는 것이 전형적인 유럽인권재판소의 논증구조이다. 그 과정에서 국제재판소로서의 유럽인권재판소 특유의 법리인 평가재량 법리가 작동하나 논증 구조의 측면에서 형량 심사의 틀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법익의 균형성 판단을 생략하지 않지만, 분량이나 결론을 좌우하는 영향력 면에서 법익의 균형성 심사가 주된 기능을 하는 결정례는 드물다. 다만 최근에는 법익의 균형성 심사가 양적, 질적으로 충실한 결정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결정들은 과잉금지원칙의 이론적 측면에서보나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례들과의 비교법적 측면에서 보나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