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310조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처벌하지 않아도 되는 요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 요건은 ‘사실의 진실성’과 ‘사실의 공익성’이다. 이 중 사실의 공익성은 독일의 입법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요건으로서 한국에서만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항목이다.
본 연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에서 공익성이 없는 경우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설문조사를 통해 밝히고, 사실의 공익성이 과연 합당한 입법인지를 고찰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에서 공익성이 없다는 것은 특정한 행위에 대한 사실적시가 행위 당사자의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리고, 그러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하여 공익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공익성이 없다면 진실일지라도 함부로 말해서는 안된다는 규범적 요구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규범적 요구가 성립되는 이유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인한 사적 법익의 침해가 공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보다 크기 때문이다. 간통, 성매매, 동성애는 사적 법익과 공적 이익을 서로 비교하기 곤란한 대표적인 행위들이다. 간통, 성매매, 동성애가 갖는 ‘사회적 유해성’의 정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따라서, 위 행위들이 갖는 사회적 유해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도출하기 위해 다음 4가지의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첫째, 해당 행위는 널리 알리어 응징해야 한다. 둘째, 해당 행위를 공개하면 그 행위는 예방될 수 있다. 셋째, 해당 행위를 굳이 널리 알릴 필요는 없다. 넷째, 해당 행위를 공개한 제3자는 처벌해야 한다.
설문내용을 분석한 결과는 첫째, 사실 적시의 공익성은 성매매, 간통, 동성애 순서로 인식되었다. 둘째 사회적 유해성은 동성애, 간통, 성매매 순서로 인식되었다. 특히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유해성은 거의 인정되지 않았으며, 동성애에 대한 사실 적시 행위에는 공익성이 존재하지 않았다. 요컨대,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단순히 비범죄화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확인된 바,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공익성을 조건부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현행법은 정당하다고 사료된다.
한편, 성매매에 대한 사실 적시 행위에는 공익성이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반면, 간통에 대한 사실적시 행위는 공익성이 있다고 확언하기 어렵다. 아울러 성매매 행위에 대한 사회적 유해성(3.5)은 완전히 부정하기 어렵고, 간통 행위의 사회적 유해성(3.2) 역시 완벽하게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설문 결과는 온전히 부정할 수 없는 성매매와 간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