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김하진과 김춘동의 관계에서, 다른 하나는 작가로서의 김하진과 소설 속등장인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전자의 경우, 김춘동이라는 ‘부정한 타자’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타자의 부정성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자아를 관철한다.
후자에서는 소설 속 등장인물을 상호 인격의 관계로서 바라보며, 그들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자신의 소설 속에서 스스로 자아의 공간을 확보한 김하진은 현실세계와 가능세계의 위계를 전복시킨다. 현실세계는 더 이상 특권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수많은 가능세계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자아의 존재론적문제와 자아를 둘러싼 세계의 다양한 실현원리는 빙의 화소에서부터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