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는 양성구유자로서 정체를 숨기고 살던 사람을 남성으로 고쳐주고후원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삽화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양성구유자에 대해 공감적 태도를 보이며 발화의 주체로 삼음으로써 당대 통념을 넘어서고 있다. 이분법적 성 규범을 엄격히 고수했던 조선 사회에서 양성구유자는 사회를 교란시키는 위협 요소로 간주되어 제거 대상이 되거나 음란한성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취급되었다. 그런데 이 소설의 경우 통속적 재미를 더하기 위해 이러한 소재를 차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별적 통념을 넘어선 진지한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태도는 상대적 인식을 바탕으로 공감과 소통을 추구하는 작품의 지향성과 관련된다. 양성구유자에 대한 삽화는 이러한 지향이 주변 인물들에게까지 긍정적으로 확장되는 사례로서 유의미하다. 비록 양성구유자를 남성으로 변모시킴으로써 그 자체로 인정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한 한계를 지닐지라도 보수적 성문화와 이에 기반한 차별적 젠더 규범을 내면화했던 조선후기 사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소설이 창작되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위계적 이분법에 근거한 젠더 규범이 여전히 사회적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인터섹스에 대한 적극적 인식 전환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는 모든 정치적 담론과 규범에 대해 확장적 논의를 촉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