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의 시에 대한 논의는 그가 활동하였던 1950년대를 비롯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본 연구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은 채로 주체와 간극의 문제를 중심으로 유정의 시를 탐구하고자 한다. 나아가 전후시기의 시들을 살펴보는 데에 있어 유정의 시가 가지고 있는 위상을 재고하는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는 2장에서 신동문과 김구용의 산문과 함께 유정의 산문을 살펴봄으로써 전후 시기 시인들에 있어 현실의 작용 양상을 살펴보고 유정의산문에서 나타나는 현실의 특이성을 간극의 문제와 연관 지어 논할 것이다. 3장에서는 유정 시에서의 발화 양상을 타자의 부재를 확인하는 부름의 행위로 명명하여 고찰한 후, 유정 시의 시적 주체가 내재하고 있는 간극이 부름의 실패와타향과 고향 사이에서의 귀환ㆍ도달 불가능성과 관계됨을 살펴봄으로써 그 특이성을 규명할 것이다. 나아가 4장에서는 앞선 논의를 바탕으로 유정의 시에서 나타나는 시적 주체의 간극이 공간적으로 형상화되는 양상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하여 유정이, 아직 우리 시 연구사가 발견하지 못한 한국 전후시에서의 존재론적 간극의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시인임을 규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