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안우식이 번역한 헤이본샤(平凡社)판 『조선소설사』(1975)를 대상으로 하여, 안우식이 김태준의 『증보 조선소설사』를 ‘다시 쓰기’ 하는 양상을 고찰하고 그 의미를 탐구한 것이다. 안우식은 재일조선인으로서 ‘식민주의의 잔존’과 ‘분단체제의 지속’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는데, 『조선소설사』의 번역과 편집과 해설은 그에 대한 대응방식 중에 하나였다. 우선, 안우식은 식민주의의 잔존이라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소설사』를 민족적 텍스트로 위치지어 반제국주의적 문맥을 적극적으로 가시화했다. 안우식은 『조선소설사』와 『연안행』을 함께 배치하여, 독자로 하여금 ‘항일투쟁’이라는 문맥에서 김태준의 문학사집필 행위를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안우식은 김태준의 ‘자기’를 개인으로서의 자기와 민족으로서의 자기로 해석했다. 안우식의 번역은 식민지 이후에도 지속되는 일본인의 차별적인 조선인식에 대항하여 ‘조선소설사’의 존재를 스스로말하고자 수행된 것이었다. 안우식이 김태준을 재의미화하는 방식은 ‘민족’이라는 개념으로만 수렴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재일조선인으로서 조선문학사의 반제국주의적 문맥을 가시화하여 구종주국의 독자에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고 있다.
본고는 또한 안우식이 분단체제의 지속이라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편집과해설을 통해 남북한에서 터부시되던 김태준 관련 텍스트를 재구성하는 양상에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안우식은 식민지 시기 조선학과 해방 이후 조선학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미완으로 끝난 김태준의 문학사 서술을 재구성하고자 했다. 또한 안우식은 냉전 이데올로기로 인해 냉전기 남북한의 문학사에서 터부시되던존재인 임화, 조선문학가동맹, 남로당의 활동을 해설에서 적극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냉전 이데올로기의 극복을 모색했다. 이와 같이 본고는 안우식이 재일조선인이라는 존재론적 조건 속에서 숙명적으로 던질 수밖에 없었던 질문, ‘민족’과 ‘통일’이라는 문제에 김태준의 『조선소설사』를 어떻게 접속시키고 있는지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