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상의 경제질서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면서, 국가가 다양한 목적으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는 수정된 시장경제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질서의 성격에 대하여 대부분의 헌법학자들과 헌법재판소는 이를 사회적 시장경제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질서가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나 중앙관리형 통제경제를 피하고 수정된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와 유사하지만, 국가가 경제를 규제하는 목적이나 범위 또는 그 수단이나 방법에 있어서는 양자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전후 독일에서 형성된 경제질서로서, 경제정책의 기본 틀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질서자유주의를 이론적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그 중심사상은 “잘 기능하고 인간중심적인 좋은 질서”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것이며, 이러한 개념의 질서는 바로 시장에서의 경쟁질서이다. 따라서 사회적 시장경제의 핵심은 경쟁질서의 유지이고, 경쟁정책의 실제적 목표는 개인의 경제적 행동의 자유 그 자체를 하나의 가치로 보호하는 데에 있으며, 효율성의 증대는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시장경제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와 사회적 형평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경쟁질서가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고 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질서를 유지하는 정책이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똑같이 고려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사회적 시장경제는 우리나라의 경제질서와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양자를 동일 또는 유사한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지만, 그것을 우리나라 경제질서가 지향해야 할 대안의 하나로 보고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가 장차 우리나라의 경제질서를 개인의 경제적 자유와 사회적 형평의 조화를 추구하는 경제질서, 즉 효율성과 인간의 존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바람직한 경제질서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와 특징을 깊이 있게 연구하여, 그것이 우리나라의 경제질서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내기 위하여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