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23. 3. 30. 순환출자구조 기업집단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파생상품계약 체결 행위와 관련하여 회사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사건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사건에서 이사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행위를 함에 있어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와 다른 이사에 대한 감시의무 위반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1심 법원은 경영권 방어행위의 필요성 및 경영권 방어행위로 선택한 방법으로서 파생상품계약 체결이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였고, 이사들의 행위는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의 행위로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항소심 법원 및 대법원은 지배주주와 회사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고, 경영권 방어의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경영권 방어 행위를 의결하였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경영권 방어행위로 선택한 파생상품계약 체결 행위에 대한 이사의 임무해태 여부는 개별 파생상품계약 별로 판단하였는데,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계약과 그렇지 않은 계약으로 나뉘어 졌다.
이사는 회사의 수임인으로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하는데 선관주의의무의 내용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특성 때문에 그 범위와 내용에 대하여 다툼이 있다. 이사는 회사와 이해충돌 상황에 처한 경우 당해 안건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자신이 이해충돌이 있는 사안에 대하여 적극적인 형태의 감시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법원은 이 사건 파생상품계약 중 일부에 대하여 이사회에서 충분한 검토가 없이 체결하였고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데, 경영판단의 원칙의 중요한 요소인 의사 결정 과정이 적정하였는지 판단함에 있어 이사회 의결 과정에만 국한하여 판단한 잘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판단함에 있어서 의사 결정 과정이나 의사 결정 내용에 이사의 지나친 재량을 제한하고자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에 통제를 가하고 있는데, 경영 특히 이 사건의 경우 파생상품계약에 전문성이 없는 법원이 과연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 있다. 대규모 회사의 경우 이사회가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할 뿐 의사결정 과정의 중요한 부분인 충분한 자료 수집과 검토는 전문적 역량을 갖춘 실무진이나 제3의 전문가에게 용역을 발주하여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사의 감시의무 위반과 관련하여 확립된 Caremark 법리에 따른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및 운용에 대한 요구를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의 경우에도 적용한다면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하였을 때 법원이 우려하는 이사의 광범위한 재량을 축소할 수 있고 법원의 자의적 판단 역시 자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