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주식은 성장가능성은 있으나 자본이 부족한 벤처기업 등 비상장기업들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외부로부터 자본을 조달함과 동시에 지분 희석 없이도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임에도 그간 회사법상 발행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2023년 5월 16일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이 이루어졌고, 11월 17일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 벤처기업법은 주식회사인 벤처기업에 한하여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을 허용하고 있는데, 한국 최초로 복수의결권제도를 도입하였다는 점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발행주체, 보유자격, 발행요건, 발행절차를 비롯하여 의결권 배율 제한, 일몰조항, 특정 사안에 대한 복수의결권 행사 제한, 정보 공시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복수의결권주식에 관한 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까지 꼼꼼하게 규정함으로써 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제도 시행 전에 미리 개정 벤처기업법에 반영된 복수의결권주식에 관한 내용 중 문제점이 있는 부분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앞으로의 제도 운영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하였다.
첫째, 벤처기업법에서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허용하다 보니 그 대상이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의 필요성은 모든 비상장회사에서 요청된다. 따라서 상법에서 이를 규율하였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입법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개정 벤처기업법은 복수의결권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자격을 창업주에 한정하고 있고, 창업주의 구체적 요건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창업주가 소유하여야 하는 주식의 비율이 발행주식총수의 30%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인데, 실질적 지배 개념, 상법과의 조화 등을 고려할 때 지주율 요건을 10%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개정 벤처기업법은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상장을 하면 3년 후 자동적으로 보통주식으로 전환되는 규정을 둠으로써, 비상장회사에서 복수의결권주식을 신규상장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존 주주의 의결권 희석 문제나 신규 투자자의 손해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비상장회사에서의 복수의결권주식의 신규상장을 막을 필요가 없고, 따라서 해당 규정은 삭제되어야 한다.
넷째, 비상장회사에서의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과 그 신규상장을 허용한다는 전제 하에, 복수의결권주식 상장의 요건과 절차 등에 관한 규율이 필요한데, 개정 벤처기업법은 이 모든 사항들을 벤처기업법에서 규율하려고 함으로써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처를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 근거를 제외한 그 밖의 사항들은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거래소의 상장 규정을 통해 규율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개정 벤처기업법은 복수의결권주식을 보유한 창업주의 전횡으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는데, 일부 장치들은 개선이 필요하다. ① 개정 벤처기업법은 복수의결권주식 1주당 부여할 수 있는 최대 의결권 수를 10개로 의결권 배율을 높게 설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창업주는 10%도 되지 않는 복수의결권주식만 보유하여도 전체 의결권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1주당 최대 3배까지 낮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② 개정 벤처기업법은 복수의결권주식의 존속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 10년이라는 기간을 정한 기준이 모호하며, 기간의 연장에 대한 규정도 없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복수의결권주식의 존속기간은 복수의결권구조의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기간인 7년 이하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도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③ 복수의결권구조를 취하는 회사는 단일의결권구조를 취하는 회사에 비해 강화된 기업지배구조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개정 벤처기업법은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따라서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독립성 요소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기업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