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8세기 영국 작가 다니엘 디포의 『전염병 일지』가 실증 자료와 그에 대한 가치 평가적 해석, 역사와 허구를 결합한 혼종 서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이 서사 양식이 제기하는 번역상 고려사항들을 검토한다. 작품의 화자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 없이 전달하는 기록자로서의 정체성과 기록의 진위보다 그에 대한 해석과 독자의 정서적 반응을 더 중시하는 논평가/이야기꾼의 정체성을 동시적으로 운용한다. 그리고 그 운용 과정에서 특정한 문체적 특징들을 드러낸다. 본 논문은 어휘 선택, 대명사 사용, 시제 변화 방식에서 나타나는 『전염병 일지』 특유의 문체적 특징이 서사의 사실성과 정서적 감응력을 전략적으로 결합, 운용해야 할 저자의 필요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 필요가 궁극적으로 인본주의 서사의 목적, 즉 실증 자료를 독자를 계몽하고 그들을 특정한 인본주의적 실천으로 인도하기 위한 정적(affective) 서사 구성 요소로 활용하려는 목적에서 기인한 것임을 논증한다. 마지막으로 이 지향을 구현하는 작품의 문체 특징에 주의를 기울이고 도착 언어에 이를 반영하는 것이 『전염병 일지』 번역의 중요 과제임을 주지하는 한편 기출간된 세 종의 번역본이 논의된 문체적 특징을 어떻게 번역했는지 검토하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