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나도향이 번역한 『동백꽃』의 저본을 밝히고 그 의미를 탐색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 과정에서 『춘희』의 일역 판본 중 후쿠나가 반카의 『椿姫』를 도향의 저본으로서 확정하였고, 도향이 알버트 린치의 삽화가 포함된 영역본 The Lady with the Camellias까지 일역본과 함께 참조하였다는 사실도 논증하였다. 이 영역본은 바로 후쿠나가 반카의 저본이기도 했다. 일역본에만 의지하지 않고 영역본을 추가로 활용함으로써 도향은 어휘나 표현 방식에 있어서 일역본에 얽매이거나 일역본의 문장 구조에 국한되지 않는 과감하고 자유로운 번역을 시도할 수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도향은 일역본에 오류나 누락이 있다고 의심될 경우 영역본을 통해 수정 및 보완을 할 수 있었다. 영역본을 보완재로 활용했기에 도향은 일역본의 번역 수준을 끊임없이 검증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판단 내려야 할 순간에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도향에게 영역본은 자신의 번역을 스스로 교차 검증함으로써 원작의 감각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