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눈먼 제로니모와 형 (Blind Geronimo and his Brother)〉는 1920년대 토월회의 인기 공연작이었다. 토월회는 이 작품을 〈애곡〉으로 개작 공연하였고, 이후 〈애곡〉은 태양극장에 의해서도 공연되었다. 〈애곡〉에 대한 극예술연구회 측의 공연 평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안은 극예술연구회가 이 작품을 라디오드라마와 무대극으로 공연한 사실이다. 극예술연구회는 1937년에 〈형제〉라는 제명으로 라디오드라마로 제작하여 송출하였고, 그로부터 1년 후인 1938년 2월에는 〈눈먼 동생〉이라는 제명으로 번안하여 동아일보사 주최 연극경연대회에 참가하였으며, 공연 직후인 2주 후에는 다시 〈눈먼 동생〉의 라디오드라마를 제작 송출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 출연한 김복진은 이 작품을 동화로 각색하여 발표하였다. 극예술연구회의 이러한 활동이 주목되는 이유는 이 공연이 대중 친화적인 공연을 선망하고 이를 위하여 그전의 신극 기조마저 일부 훼손하는 결단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예술연구회로서는 〈눈먼 동생〉의 공연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공연 목표가 대중 친화적 연극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