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베트남전쟁 소설 속 사랑 이야기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한국인 참전군인과 베트남 여성의 사랑은 베트남전쟁을 다룬 여러 장편소설에서 빈번히 발견되는 소재이지만 기존의 연구에서는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베트남전쟁 속 사랑의 이야기는 참전군인의 체험을 소설화하는 작업에서 생애사적 체험과 시대사적 체험을 동시에 아우르는 효과적인 소설적 장치일 수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이원규의 훈장과 굴레, 이상문의 황색인,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을 대상으로 한국인 참전군인과 베트남인 여성 간에 벌어지는 사랑의 이야기를 분석하였다. 훈장과 굴레에서는 주인공의 낭만적 사랑이 실제로는 허위적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참전의 자기합리화에 활용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황색인에서는 연애의 경험을 통해 주인공이 무지와 미성숙의 상태를 벗어나는 과정에 주목하였다. 주인공은 사랑의 경험을 통해 개인적 성장은 물론 타민족의 시대적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성급한 동일성의 강조로 인해 상대방과의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위험성도 발견되었다. 머나먼 쏭바강에서는 주인공이 사랑의 경험을 통해 상대방을 새롭게 이해하고, 또한 사랑의 실패를 통해 진정한 동류감에 이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성 간의 열정적 사랑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보편적 사랑으로 관점을 옮김으로써 타민족과의 진정한 관계 맺음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