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이래로 지식 문화와 독일 혁명을 주도했던 교양 시민의 영향력이 쇠퇴하면서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유산 시민이 중심 세력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부를 바탕으로 세력을 확장한 유산 시민은 귀족의 생활 방식을 모방하고 사회의 전면에 등장하여 교양 시민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892년에 테오도르 폰타네가 쓴 『제니 트라이벨 부인』에는 당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교양 시민과 유산 시민의 대립과 갈등이 잘 나타나 있다. 여기서 폰타네는 신흥 부르주아 세력인 유산 시민의 허례허식, 겉치레 그리고 가식적인 면 등을 비판했다.
본 연구에서는 인물, 언어, 가족 및 결혼을 통해서 두 계층을 대립시켜 그들의 특징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제니 트라이벨 부인은 유산 시민을 대표하는 인물로 나오고 빌리발트 슈미트 교수는 교양 시민을 대표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19세기 이후 시민 사회에서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이 작품의 배경도 트라이벨과 슈미트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가족 구성원 간의 욕망 추구가 르네 지라르의 삼각형 욕망 도식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다. 제니가 추구해왔던 자본가 계층으로의 편입은 결혼이라는 매개체에 의해서 실현되었다. 파혼과 결혼이 반복되고 이것이 인정되는 사회를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폰타네는 유산 시민 사회의 보이지 않는 위선과 병폐를 드러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