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파울 셰어바르트의 대표적인 공상소설 『레자벤디오』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셰어바르트의 작품세계에 대한 벤야민의 평가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벤야민은 셰어바르트를 그의 동시대 독일문학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가로 평가한다. 셰어바르트의 소설 『레자벤디오』은 소행성 팔라스의 사람들이 주인공 레자벤디오의 계획에 따라 거대한 탑을 건설하는 유토피아적 공동체 사회를 묘사한다. 벤야민은 셰어바르트의 소설에 나타나는 ‘기술의 파토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셰어바르트의 작품은 포스트아우라 시대의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 성찰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또한 셰어바르트의 이 소설에 등장하는 “셰어바르트적 사람들”은 “인간과의 유사성”이라는 고전적 휴머니즘의 인식틀을 깨뜨리고, 자연과 기술의 합일상태에 도달한 사회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벤야민이 예술작품 에세이에서 언급했던 아직 도래하지 않은 유토피아적 사회, 즉 “기술을 사회의 기관으로 병합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고 “기술이 사회의 근원적 힘들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발달한 사회를 연상시킨다. 벤야민에 따르면, 셰어바르트는 유토피아를 논하는 심판대가 더 이상 ‘예술’이 아니라 ‘기술’에 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벤야민은 셰어바르트가 기술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전위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자연을 착취 대상으로 대상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비중 있게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