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44년 독일군에서 발간한 『판터 안내서』에 나타난 독일 문학의 민족주의적 수용 양상을 살펴본다. 『판터 안내서』는 전차 ‘판터’의 운용법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도록 기획되었고, 이를 위해 카툰식 삽화, 유머, 대중문화, 독일문학을 활용하였다. 『판터 안내서』 출간 당시 독일군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패배로 인해 떨어져 있던 사기를 신무기 판터를 통해 고취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제3제국에서 독일 문학은 나치 정권에 의한 이데올로기적 검열과 정책으로 인해 극단화된 민족주의적 수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기서는 『판터 안내서』에서 쉴러, 레싱, 클라이스트 그리고 『니벨룽엔의 노래』가 다루어지는 방식을 분석한다. 쉴러는 민족주의적 문학수용의 발흥기인 19세기부터 이미 민족의 시인으로 여겨졌는데, 그의 시 「종의 노래」는 제3제국 시대에도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기본교양으로서 언급되어 쉴러와 이 작품이 여전히 독일 민족주의적 수용의 중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레싱의 경우 1933년 베를린 분서 사태 때 종교 간의 화합을 다룬 『현자 나탄』이 불태워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민족의 작가로 여겨지며 선택적으로 수용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클라이스트의 『펜테질레아』는 영웅과 국민의 동일시라는 민족주의적 문학수용의 한 전략을 보여주며, 중세서사시 『니벨룽엔의 노래』수용은 영웅 지크프리트와의 동일시를 넘어서 당대의 집단적 열패감을 극복하기 위한 독특한 해석을 보여준다. 종합적으로 『판터 안내서』에서 문학을 다루는 방식은 유머러스한 동시에 피상적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집단적 불안의 징후를 드러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