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터의 『슈거베이비』는 거식증에 걸린 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날씬함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팝 문화를 문제시한 팝 페미니즘 소설이다. 팝 페미니즘에서 소위 알파걸들은 강한 성취력과 넘치는 개성으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중요시한다. 이 신세대 여성들에게 거식증의 마른 몸은 자기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자유 의지로 선택된 ‘순응하는 몸’이자 아름다움의 신화에 잠재된 파괴성을 폭로하는 ‘저항하는 몸’이기도 하다.
『슈거베이비』는 여성 신체 규범에 대한 순응과 저항이라는 팝 페미니즘 특유의 이중적 태도를 여주인공 소냐가 들려주는 거식증 발병과 극복 과정을 통해 문학적으로 묘사한다. 주로 일인칭 시점으로 전달되는 소냐 이야기의 주관성을 극복하기 위해 작가는 때때로 조연들의 여성 신체 담론을 제시하여 외모 지상주의로 왜곡된 신체 이미지의 폭력성을 독자로 하여금 객관적으로 성찰하도록 하였다. 또한 다양한 팝 음악을 인용함으로써 여성 신체를 억압하는 팝 문화에 대한 비판을 투쟁적인 구호가 아니라 팝 페미니즘적인 여유를 가지고 재치 있고 유희적인 방식으로 수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