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성지 공간을 둘러싼 종교 간 갈등 중 주목할 만한 것은 국가나지방자체단체가 특정 종교의 문화관광지 조성 사업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함으로써 이것이 결국 현대 한국 종교의 성지 공간을 둘러싼 갈등을 심화시키고 특히국고지원금의 배분문제와 관련하여 특정 종교에 대한 지원 반대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사례이다.
본고에서는 강원도 횡성군 내 풍수원 성당 일대 문화관광지 조성 사업을 둘러싼 국고지원개발사업에 대한 불교와 가톨릭 간의 갈등이 문제된 사안, 그리고세종특별자치시가 조계종의 불교문화체험관 건축사업에의 건립비 지원을 한 것에 세종시 주민들이 반대하며 불교와 기독교 간의 갈등이 문제된 일련의 판결들을살펴보았다. 그 결과 이 두 판결들에서 한국 법원이 종교 간 갈등이나 형평성에관한 논의를 정교분리 문제로 다루면서 미연방대법원의 ‘레몬심사’ 기준을 원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대상 판결들에서 특히 한국 대법원은 ‘레몬심사’ 기준의 단계별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 그리고 불교나 가톨릭에 대한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합헌이라는 근거로 문화재 보호 내지 지역경제활성화의 필요성이 곧 정교분리원칙 위반이 아니라는 도식적 판단을 그 기준으로심사하였다.
또한 이 두 판결들에서 한국 법원의 성지 공간에 대한 이해를 해당 법원이지닌 종교 개념, ‘성과 속’의 구분, 그리고 문화와의 관계 설정 등 종교가 법현실에서 존재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그 결과 한국 법원은 풍수원 성당사건에서는 성지를 문화적⋅사회적 맥락에 따라 관광상품에 적합한 형태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보았고, 세종시 불교문화 체험관 사건에서는성역화 공간 및 종교문화관광 단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성과 속의 이분법’에 의하여 종교를 세속의 공간에서추방하고자 했던 정치가 종교를 다시 그 안으로 불러들이면서 종교에게 사회내에서 종교적이 아닌 다른 기능을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일종의 종교와 정치의타협의 산물임을 법현실에서 현저히 보여준다. 그리고 법원은 이 때 문화라는개념을 등장시켜 종교가 세속 안에서 그 무엇, 주로 문화재로 현존하며 기능을수행하는 ‘종교’를 ‘종교’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종교가 세속에서 그 무엇이 되어 종교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스스로 자신의 종교성을 상당한 정도 희생하는 것이 담보되어야 하며, 정치도 정교분리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종교를 문화로 변형시켜 세속의 공간으로 불러들이기위해서는 종교에 대한 지원에 있어 수반되는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한국 법원은 종교학적 담론을 수용하여 성지 공간을 점유 또는소유하는 종교가 법현실에서 문화가 아니라 종교 자체의 양식으로 존재할 수있는 기준을 모색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본고는 이러한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는 하나의 시론으로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