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서로 만난 적도 없는데 정도전과 방효유의 사상이 한 사람에서 나온 것 마냥 비슷한 것은 인정(仁政)에 대한 두 사람의 열정과 신념이 같아서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러한 열정과 신념은 두 사람 각각 귀양이나 무위(無位)로 고난을 맞았던 시기에 무학의 백성들과 함께 동락했던 경험에서 비롯하였고, 그러한 실존적 경험이 경전을 창의적으로 수용하여 인정(仁政) 사상의 토대를 만든 힘이었다고 본다.
정도전과 방효유가 공유하는 사상의 중핵에 인정(仁政)이 있고, 인정을 해야 하는 당위성에 성선설이 자리한다. 두 사상가는 사람이라는 존재와 그 가치를 진정으로 신뢰한다. 두 사상가가 구상한 인정의 유교적 질서에서 민(民)은 인(仁)의 가능성을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보편적이면서 가장 근원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교사상의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개념 두 개만 꼽으라면 바로 강충(降衷)과 병이(秉彝)일 것이다. 이 두 개념은 천지생물지심(天地生物之心)을 닮은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으로 구체화하여 사람과 사물을 사랑으로 대한다. 정도전과 방효유는 공통적으로 이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치밀한 법으로 사람을 옥죄는 것보다 근원적이며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두 사상가의 법사상에서 놀랍도록 공통된 부분을 발견하여 가급적 구체적으로 기술하고자 했다. 삼봉집(三峰集)과 손지재집(遜志齋集)의 비교를 통하여 두 사상가를 관통하는 공통의 관심이 인정(仁政)의 실현에 있음을 확인했고 그것은 우리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임을 말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