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식인이란 개념이 지녀왔던 그간의 야만적·공포적 의미를 극복하고, 새롭게 식인을 상상하려고 노력하는 여러 사조와 문화적 장르를 소개하며, 그들이 어떻게 오늘날의 비인간 관점에서 새로운 통찰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미를 탐구하려는 시도다. 식인의 풍습은 그간 증명된 바는 없지만 무수한 소문으로 여러 문헌에 걸쳐 소개돼왔으며 중국의 국민 작가 루쉰이나 스페인 화가 고야의 소재에서 보듯 야만의 상징으로 읽혀왔다. 하지만 이미 1920년대 브라질에서 일어난 식인주의 운동은 이런 야만의 상징이었던 식인의 개념을 유쾌하게 반전시키며 포스트식민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 때부터 식인 논쟁은 발랄한 상상과 창의적 소화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이어 브라질의 인류학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는 이러한 상상의 연장에서 『식인의 형이상학』과 『인디오의 변덕스런 혼』이라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적대적 공생’이라는 관념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지구상의 존재자들이 모두 호혜적 공생으로만 연결될 수 없다는 새로운 인디오 원주민의 세계관을 소개한다. 투피남바족의 식인 관습은 이런 적대적 공생의 한 사례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카스트루의 ‘새로운 인류학’은 이런 관점을 통해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논의에 새로운 반전을 시도하려 한다. 이런 이론에 근거해 볼 때 최근에 주목받은 바 있는 식인 영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본즈앤올〉과 일라이 로스 감독의 〈그린 인페르노〉 등의 영상미디어 문화현상 역시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반격으로 읽힐 수 있는 해석의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본고는 특히 이런 서구의 이행적 담론은 한국 고유 사상인 동학의 ‘이천식천(以天食天)’ 그 중에서도 이질적 기화라는 혁명적인 먹음/먹힘에 대한 해석과 만나서 풍성한 담론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천식천 사상의 이질적 기화는 카스트루의 적대적 공생과 비슷하지만 훨씬 이전에 제시된 음식에 대한 혁명적 사상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비평의 근거를 제공한다. 이는 오늘날 여러 가지 미디어적 해석을 통해 다시 개화하고 있는 식인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의는 물론, ‘먹히는 하늘’로서의 인간을 상상함으로써 인류세의 시대에 맞는, 생태학적 비인간적 담론을 형성해갈 자원으로서 충분하다.
This study aims to overcome the barbaric and fearful connotations that have been associated with cannibalism, introducing efforts to imagine cannibalism in a new way and exploring the implications of how that kind of trend can provide unique insight from today's non-human perspective. Although the custom of cannibalism has not been proven, it exists in numerous documents through countless rumors. It has been read as a symbol of barbarism, as seen in the subject matter of Chinese national writer Lu Xun and Spanish impressionist painter Goya. However, the cannibalism movement that took place in Brazil in the 1920s cheerfully reversed the concept of cannibalism, which was a symbol of barbarism, and showed a new imagination based on post-colonialism. From this point on, the cannibalism debate enters a new phase.
Subsequently, in an extension of this imagination, Brazilian anthropologist Eduardo Viveiros de Castro introduces the idea of 'hostile symbiosis' through two books, The Metaphysics of Cannibalism and The Inconstancy of the Indian Soul: The Encounter of Catholics and Cannibals in 16-century Brazil, he introduces a new worldview of indigenous Indians, which states that all beings on earth cannot be connected only through reciprocal symbiosis. He argues that the Tupinamba people's cannibalistic practices can be accepted as an example of a kind of hostile symbiosis. Castro's 'new anthropology' attempts to bring a new twist to the discussion on anthropocentrism. Based on this theory, the cannibal films recently received attention, such as director Luca Guadagnino's 〈Bones & All〉 and director Eli Roth's 〈Green Inferno〉, can be read as a counterattack against anthropocentrism.
In particular, this paper suggest that such Western discourse can be rich by meeting with the revolutionary interpretation of the concept of eating/being eaten by Donghak, a unique Korean ideology, especially the idea of 'Icheon-Sik Cheon(以天食天).' The heterogeneous nature in Icheon-sikcheon's ideas is similar to Castro's hostile symbiosis. Still, it provides a basis for new criticism in that it develops revolutionary ideas about food that were presented much earlier. This is sufficient as a resource to form an expanded discourse on ecological non-human and the Anthropocene beyond the human-centered view in terms of eating and being eaten and to make the new conceptual definition of cannibalism that began with the Brazilian cannibalism movement that is blooming again today enric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