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언어 습득(Second Language Acquisition: SLA)에서 정체성은 개인의 일관되고 변하지 않는 특징으로서 언어 습득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로 여겨져 왔지만 후기 구조주의에서는 다양하고 모순되기도 하며 역동적인 것으로서 언어 습득에 좀 더 근본적인 기제가 된다고 본다. Norton(2013)의 연구는 정체성이 변화하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언어가 깊이 관여한다는 점을 다양한 학습자들의 내러티브 분석을 통해 그리고 후기구조주의의 여러 이론을 통해 증명하고자 하였다. 그 과정에서 제2 언어 습득 연구자들이 학습자가 목표어 공동체에 접근하는 데에 권력 관계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룰 필요가 있다는 점, 학습자의 언어 습득의 본질적인 측면을 꿰뚫기 위해서는 서로를 상호구성하는 ‘정체성’, ‘실행’, ‘자원’의 세 가지 요소에 대한 탐구와 ‘투자’와 ‘상상의 공동체’에 대한 개념 적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Norton(2013)의 언어 정체성과 언어 습득에 대한 통찰을 주요 개념인 ‘정체성’, ‘투자’, ‘상상의 공동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한국어 교육에서 그동안 ‘정체성’에 대한 이슈가 논의되어 온 범위와 깊이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어 교육에서 정체성 연구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정체성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