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1910년대 신문연재소설에는 의료와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이 등장한다. 이 중 병원은 질병이나 의사, 미신 등에 비하면 등장하는 빈도는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소설에서 나타나는 병원의 역할이나 의미는 다른 요소들 못지않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00년대 신소설에서 병원은 당대의 혼란과 모순으로부터 작중인물을 보호하고 나아가서는 모순과 갈등이 해소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공간이었다. 작중인물이 병원에 의탁하게 되는 이유는 질병보다는 상해로 인함이었으며, 이는 외부세계의 억압과 모순이 빚어낸 바였다. 병원은 이러한 세계로부터의 피난처 역할을 했으며, 소설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하기도 했다.
1910년대 초 ≪매일신보≫에서는 당시 총독부 정치의 선진성이 부각되어야 한다는 정치적 요구가 반영되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웠던 이해조의 연재소설은 병원 역시 간접적으로만 제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전대에 존재했던 세계의 억압과 모순은 ≪매일신보≫의 동시대에 대한 인식 내에서는 성립될 수 없었다. 이해조의 연재소설에 나타나는 한성병원이나 자혜의원은 소설의 서사 내부로 편입되지 못한 채 그 주변부에 머무르게 된다.
조중환의 번안소설에 이르면 병원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된다. 「장한몽」의 총독부의원은 이수일과 심택의 상봉을 가능하게 한 공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심순애의 속죄와 갱생을 위한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했다. 「비봉담」의 경성감옥병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박화순의 질병을 치료하며, 사법체계와의 연계를 바탕으로 그녀의 무죄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조중환의 번안소설에 나타난 병원은 일탈을 겪은 개인이 질병으로 표상되는 속죄를 통해 당대의 질서 내부로 다시 편입될 수 있게 하는 공간으로 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