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그동안 한국 포스트모더니즘의 사례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의 배경으로서만 다루어진 1980년대 미술 소그룹 ‘난지도’와 ‘메타복스’의 설치미술을 구체적으로 복원하고 그 특징과 양상을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그동안 그들의 한계로 지적되었던 기성세대의 특징인 물성 탐구의 답습 그리고 형식적 층위만의 확장이라는 평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두 소그룹의 설치미술에 대해 재고하고자 한다. 일상 사물의 물성을 표현의 주요 수단으로 삼은 그들의 설치미술은 단색조 회화와 민중미술로 양분된 한국미술계의 경직성에 대한 반감 그리고 자유로운 미술 표현의 갈구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들의 미술은 당시 국제적 조류였던 신표현주의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지만, 그 해외미술과 차별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물성을 표현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특징은 난지도와 메타복스의 작가들이 1970년대 한국미술의 특징인 물성을 전용함으로써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내용적인 면에서, 난지도는 도시화·산업화된 당대 현실을 반영하였고, 메타복스는 다양한 전통을 탐색하고 적용하는 특징을 보였다. 이처럼 난지도와 메타복스는 기존의 평가와는 달리 ‘물성의 전용’과 ‘현실의 반영과 전통의 적용’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경직성을 타계하려 하였다. 이는 당시 한국미술계의 맥락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단순한 해외 미술의 도입을 통해서가 아닌 내적 흐름 안에서 새로운 미술을 탐색하고 한국 현대미술을 전환하고자 했던 그들의 시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