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젠더지리학의 관점으로 재미한인 여성수필에 나타난 문화 접촉지대이자 경계지대로서의 ‘사이’에 대해 고찰하였다. 사이는 이질적인 문화의 접촉과 이로 인해 생성되는 변용의 가능성을 내포한 공간으로, ‘정원’과 ‘일터’, 그리고 이전에 관계가 없던 것들이 만나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 내는 ‘사건’등은 지리적, 심리적 사이 공간으로 대표적인 여성 공간의 지형을 이룬다. 정원은 집 안에 속해 있으면서 외부로도 열려 있는 공적/사적 경계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기억과 삶,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새로운 풍광의 창출, 문화 전파와 이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편 일터는 이주여성들에게 인종, 국가, 계급, 젠더 등 다양한 문화와 접촉하고 교류하는 일종의 ‘문화 접경지대’이다. 여성들은 일터에서 문화적 충격과 갈등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그들 특유의 친화력과 공감의식을 바탕으로 일터라는 공적공간의 경계를 유연하게 변용시키면서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해 나간다. 이전에는 관계가 없던 이질적인 타자들이 만나고 접촉하는 것으로서의 사건 또한 사이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이것은 감정적이며 심리적인 공간의 특징을 보여준다. 여성들은 우연한 만남과 관계 맺기를 통해 경계지대를 주체적으로 가로지르는 적극적인 협상자이자,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타자의 언어로 타자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쓰는 문화번역가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여기서 여성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의미를 생성해 가면서 자신과 타자가 점유하는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고 구성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