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18세기 이탈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비토리오 알피에리(Vittorio Alfieri, 1749~1803)의 자서전(Vita di Vittorio Alfieri da Asti scritta da esso)(1790)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저자의 관계를 분석하여 과거의 기억을 소환해 재구성하는 기억술의 특징을살펴본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알피에리가 제시하고자 하는 자아의 모습과 자서전의 진정한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알피에리는 과거의 삶을 해체해 일련의 기억과 사건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택적으로 기술한다. 특히 주변인물과 얽힌 일화를 통해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때 등장하는 주변인물들은 선별된 소수의 사람들로, 저자의 삶의 일부분이 되어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설명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주인공인 알피에리를 고전 시학의 계승자이자고결한 시인의 반열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한 사람들이다. 결과적으로알피에리의 자서전은 소명을 이룬 시인의 자서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