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의 입법과정을 거쳐 2023년 6월 드디어 유럽의 ‘암호자산 시장에 관한 법률’(Regulation(EU) 2023/1114 Markets in Crypto-Assets, 이하 “MiCA”라고 한다) 이 공포되어 2024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암호자산에 관한 포괄적인 맞춤형 단독 법률을 마련한 입법으로서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할 만하다. MiCA의 출현은 EU 시장에서의 영향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암호자산에 관한 입법 모델로서 다른 나라의 규제체계 구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에서는 MiCA가 모든 암호자산에 관한 모든 문제를 포섭할 수 있을 정도로 ‘포괄적’인지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에 집중한다.
MiCA는 총 9편(titles) 149조(articles)로 이루어진 본조문(enacting articles)과 119개 항목의 전문(recitals) 및 6개의 부속서(annexes)로 구성된, 249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법률이다. MiCA는 EU 법체계상 “법률(regulation)”로서, 개별 회원국의 입법조치 없이 MiCA가 발효되면 바로 구속력 가지고 회원국 전체에 대하여 직접 효력을 미친다. 즉 EU 전체에 동일한 법률이 적용되고, 그 집행은 개별 회원국별로, 그러나 개별 회원국의 인가 등의 혜택은 다시 전체 EU에 미치는(소위 “EU여권
(EU Passport)”) 규제체계이다.
MiCA는 EU 전체의 암호자산 시장을 하나의 시장(single market)으로 묶어서. 암호자산 관련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인가체계를 도입하고, 암호자산을 공모하거나 시장에 유통시키려는 행위에 대하여서도 공시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소위 스테이블코인에 해당하는 자산준거토큰이나 이머니토큰에 대하여는 엄격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였고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도 규정하는 등 EU내 암호자산 거래 전반을 규율하는 체계를 제시한 방대한 법률이다. 기본적으로 업계와 시장이 친숙한 기존 금융규제법령 체계(MiFID II)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아직은 미숙한 단계에 있는 암호자산시장의 현실과 디지털 특성을 감안하여 기존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지는 아니하고 규제 대상에 따라 ‘포괄적인’ ‘맞춤형’ 입법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MiCA 시행 이전에 발행된 기존 일반암호자산이나 자산준거토큰 및 암호자산 서비스업자에 대하여서도 MiCA가 부분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시간적 포괄성도 어느 정도 구현하였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MiCA는 암호자산 시장 참여자에 대한 행정규제법적 성격을 가지는 금융규제법으로서, 암호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권리의무관계에 관한 사법적 측면(도산법‧국제사법 포함)이나 자금세탁방지법제 측면 등은 그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아니하다는 점에서 그 포괄성에 한계가 있다.
또한 금융규제법적 측면에서도 모든 암호자산에 대하여 MiCA가 망라적으로 적용되도록 설계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MiCA의 정의에 따른 암호자산이라 하더라도 기존 금융규제법령이 우선 적용되고 MiCA는 기존 규제체계가 적용되지 아니하는 암호자산에 관한 사각지대를 메우는 보완적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결정적 한계가 있다. 게다가 기존 금융관련법령의 적용대상인지 아니면 MiCA 적용대상인지의 분류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또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등도 적용대상이 아니고, 게다가 NFT, De-Fi 등 최신 기술 발전에 따른 영역은 대체로 MiCA 적용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어, MiCA의 포괄성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EU의회가 이러한 미흡한 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또한 내년 6월말, 내년 말까지로 예정되어 있는 MiCA 시행을 위한 세부규정이 어떤 내용으로 입안될지, 향후 입법 진전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암호자산이 가지는 디지털 특성상 어느 한 나라만의 규제체계 도입으로는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세계적으로 각국에서의 암호자산 규제 체계 도입이 요망된다. MiCA가 그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다른 나라에서도 입법체계 정비와 국제적 공조가 긴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