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가칭 ‘강안학’의 학문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구권 성리학의 학풍을 道學과 正學의 관점에서 해석해보려는 것이다. 성리학의 전통에 있어서 도학과 정학은 상통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조선시대 성리학에 있어서 도학과 정학은 구체적인 전개과정에 있어서 차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도학파라 하면 조선 초기 사림파의 세력 중에서 도학적 실천을 강조했던 일련의 학자들을 지칭한다. 도학자들에게는 직접 체험 속으로 들어가 삶과 하나가 되는 자기 명증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가르침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아니라, 삶으로서의 실천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정학은 理學을 근간으로 하는 주자학적 세계관에 충실하여 학문적 정통성과 순수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주자학적 이론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사상은 正學이 될 수 없다. 필자는 이 글에서 도학과 정학이라는 관점에서 남명과 퇴계, 그리고 대구권 성리학의 중심인물인 한강 정구와 여헌 장현광의 사상을 해석하였다. 세부적으로는 도학의 사상적 표징으로서 몇 가지 특징을 설정하고, 이러한 전통이 대구권 성리학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구체화하였다. 그리고 시대적 요청으로서 조선시대 대구권 지식인 사회에 정학의 분위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고찰하였다. 마지막으로 대구권 성리학의 학풍을 선산[구미]지역의 도학파와 남명학의 특징과 연계시켜 그 사상적 연대성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가설적 입장에서 볼 때 대구권 성리학의 특징은 도학과 정학의 拮抗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외적으로는 퇴계의 정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내적으로는 도학적 학풍이 지속적으로 존재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