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최고운의 불교 관련 작품을 통하여 그의 지향의식을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집필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그의 불교 관련 작품은 신라 시대 불교, 특히 화엄종의 전개 양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의 불교 작품을 통한 지향의식은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화엄종 도통 계보 정립이다. 최고운이 거론한 주인공들은 화엄종 또는 화엄학의 맥을 이은 사람들이다. 이를 통하여 그는 독자에게 인도와 중국,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화엄종의 전파 경로와 신라 화엄학의 내력을 알 수 있게 하였다.
둘째, 진리의 세계와 안정된 마음이다. 그가 말한 도의 정의는 『논어』나 『중용』에 나오는 도의 개념과 다르지 않다. 그는 화엄삼매의 의미를 활용하여 마음의 안정을 추구하였다.
셋째, 생명 존중과 나라의 안정이다. 최고운은 한편으로는 관음보살의 의미를 따와서 생명을 중히 여겼다. 그가 추구하는 이상 세계는 敦化의 세계였다. 그는 중생을 구제하여 도덕을 갖춘 세계가 구현되기를 바랐다.
넷째, 中觀을 통한 圓融의 세계 추구이다. 최고운이 속세를 떠나고 난 뒤 그는 화엄 사상을 기반으로 事와 理를 융합 또는 화합하려 하였다. 그가 화엄 사상에 깊이 몰입했던 것은 당시 분열된 지배층과 피지배층을 융합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마음이 흔들리거나 사욕이 생기면 주체와 객체가 융합할 수 없다. 따라서 그는 마음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