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18세기에 그려진 『탐라순력도』의 건축물을 중심으로 표현 기법을 밝히고자 하였다. 『탐라순력도』는 제주목사 이형상이 순력 후 김남길을 시켜 그린 그림첩이다. 제주목을 포함하여 3성 9진에서 실시한 행사를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건축물의 모습이 모두 41개의 그림 중 33개의 그림에서 확인되었다.
이 그림의 건축물이 그려진 기법이나 표현은 이전에 그린 그림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궁중기록화, 계회도, 가도, 지도 등에서 그려진 건축물의 표현 기법을 살펴보았다. 각 그림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평행직선구도, 평행사선구도, 정ㆍ후면만 그리기, 평행원근법 등이 사용되었다.
또한 제주도는 일반적으로 그림 상단이 남쪽인데, 『탐라순력도』내 그림의 상단 방향을 고찰하여 건물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3성 9진의 건축물의 세부 표현법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각 주요 건물과 부속 건물, 그림의 배경이 되는 수평방향건물과 수직방향건물에 적용된 기법을 파악한 결과 정ㆍ후면만 그리기가 전체 건물표현에서 43번 사용되었고 평행사선구도는 40번, 평행직선구도는 34번 사용되었다. 평행사선구도가 많은 것은 배경이 되는 수직방향건물을 모두 이 기법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전 시대에 유행한 평행원근법은 5번만 사용되어 구사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를 통해 당시 화공들의 건축물 인식의 수준을 알 수 있었고 행사를 위한 건축물의 구도나 배치를 유연하게 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당초 김남길이 혼자 그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력한 집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