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포항의 구룡포지역을 사례로 사회적ㆍ생태적 위기에 따른 해녀사회의 대응 방식과 운영 원리의 변화를 살핀 것이다. 구룡포지역 해녀사회의 운영 원리는 외적 보수성과 내적 친밀성, 이를 기반으로 한 외부와의 연대와 갈등, 소득의 극대화를 위한 생업 전략, 무분별한 생산의 억제를 들 수 있다. 2000년대 이후에 해녀의 지속적인 감소와 고령화는 해녀사회의 연속성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해루질에 의해 마을어장 내의 자원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비소유의 형태로 전환됨으로써, 공유의 비극을 현실화한다. 그 과정에서 작업 일수를 늘려 수익의 극대화를 노리는 해녀들의 생계 전략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으며, 마을어장에서 무분별한 생산을 억제함으로써 자원을 보호하려고 했던 자체적인 운영 원리는 자본의 논리 속에 효용성이 약화했다.
최근에는 구룡포리 지역을 중심으로 해녀들 스스로가 위기를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특히 2021년에 구룡포리 최초로 여성 어촌계장이 선출되면서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수산물 직거래를 통해 해녀들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으며, 새로운 구성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폐쇄적인 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인력과 자원이 동시에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녀 스스로가 권익을 지키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주체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화의 모습들은 해녀 사회의 지속성이라는 문제를 고민하는 차원에서 하나의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