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 제주는 홍수와 태풍의 피해를 입으면서도 화산 토양으로 인해 물이 귀하고 바다는 생업과 의무의 주요 무대여서 물은 鎭護의 대상이자 주체였는데, 여기에 무속과 불교가 부응했다. 연등절 행사를 바닷가에서 열었고, 광양당, 차귀당, 천외당, 초춘당 등 신당에서 안녕을 기원했고, 뱀을 숭배했다. 한천 하구의 용연, 우도 해안동굴 등은 용 신앙의 장소였고, 표류 시 용을 달래려 했다. 사찰 해륜사, 만수사, 원당사, 관음사, 강림사, 수정사, 월계사 등이 물가에 자리했는데 물을 鎭 護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관음보살은 水神的 성격이 강했는데, 관음사와 보문사는 물론 법화사, 묘련사, 서천암도 관음 도량의 성격을 지녔다. 탐라 제주에서 무속과 불교는 결합되거나 회피되었다. 대표적인 무속 장소인 광양당, 차귀당, 천외당, 귀덕포, 애월포, 김녕포 권역에는 불교 사찰이 두드러지지 못했는데, 탐라 제주에무속이 강해 불교 정착이 쉽지 않았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