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해방 이후 체제 변동 및 사회구조의 재편에 조응해 한반도를 둘러싼/관통한 경계들이 (재)구획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개인들의 국가에 대한 상상이 어떻게 나타났는가를 채만식의 소설을 통해 살펴보고자 했다. 채만식은 해방 직후부터 단독정부 수립 무렵까지 남한사회가 좌/우익의 극심한 이념 대립을 겪으면서 민족국가 건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나가는 가운데 냉전적 질서 하 이승만 정권의 우익 민주주의 국가로서 수립되어갔던 과정 속에서 당시 남한사회를 살아가고 있었던 개인들이 어떻게 국가를 상상하고 있었던가를 서사화하였다. 그때 국가 상상은 해방 이전 식민의 체험과 기억, 즉 해방이라는 사건이 어떻게 기존 제국-식민지 체제하 식민지 조선인으로서의 삶을 재편하는 동시에 해방 조선에서 그것들이 하나의 잔여로서 지속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군정 체제에 이어 단독정부가 수립된 이후, 한반도에 도래해야 할 국가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가지고 있었는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채만식은 해방기 정치․경제적 혼돈 상태를 목도하면서 바로 그러한 혼돈 상태 속 개인들의 국가에 대한 상상이 어떻게 자기 욕망에 이끌려 분기하고 있었던가를 예리하게 묘파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채만식은 해방 이후 도래해야 할 국가를 전망하는 가운데 그와 같은 국가의 구성원은 누가 되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한반도를 관통한/둘러싼 경계의 힘에 편승해 국민(또는 민족)을 잣대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연민의 감정에 기초한 공동체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주의 권력과 이념의 도그마 속 국가와 민족이 형성되어가는 상황 속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존재들의 입장에서 해방기 한반도의 경계 구획의 논리와 문법을 넘어 국가와 민족에 대한 새로운 문학적 상상력을 보여준 것이라는 점에서 해방기 민족문학으로 수렴되지 않는 문학적 성과로 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