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일체, 그것은 인간인 나의 몸 안과 밖에 존재하는 수많은 개별자 사이의 소통, 관계, 연결 상태이다. 이는 우주 삼라만상의 개별자 간 경계, 분별이나 차별이 없음, 평등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숭고한 가치를 막는 것으로, 제가들은 기초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꼽았다. 무욕을 강조하는 노자나 물아일체를 주장하는 장자의 철학에서도 인간의 욕망은 존재론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만물일체의 의미를 본격적으로 ‘인(仁)’의 함의로 연결하여 타인에게 다가가려는 인간의 적극적 의지를 요청한 사상가는 정호이다. 이 만물일체에의 장애를 인간의 사욕으로 본 사람은 왕수인이다. 왕수인은 동식물을 포함한 만물의 진지(眞知)를 인간의 양지로 보고 그들 만물은 인간과 ‘일기(一氣)’로 소통한다는 만물일체설을 제기하여, 인간의 욕망이 자칫 그 소통을 막는다는 점을 우려하였다.
그렇지만 욕망을 역사의 동력으로 본 사상가들에게 욕망은 만물일체의 가능태이자 이치 발현의 계기이다. 이기(利己)의 사욕은 분별을 낳고 폐색을 초래하여, 만물일체의 장애가 된다는 인식도 있었다. 이는 담사동의 견해에서 엿볼 수 있거니와, 사욕을 만물일체의 장애로 여기는 점은 전근대적 욕망에 대한 견해를 갖는 왕수인의 입장과도 같다. 다만 근대전환기 사상가들은, 욕망이 지니는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다 보면 이치 발현의 계기 또는 역사 활동으로서 ‘일’을 위한 원천적인 동기(動機)를 없애는 무욕(無欲)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궁극적으로 만물일체에 욕망은 순기능 하는가, 아니면 역기능 하는가? 그것에 관한 유가철학적 논의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개별자들이 분별, 구분, 차별 없이 서로‘한 몸’으로 ‘소통’하면서 살아가자는 문제의식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