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는 ‘폭풍’의 인문학적 알레고리를 통해 《가운데땅 이야기: Kazakhstan all the time》(전북도립미술관, 2023) 전시를 통해 나타난 동시대 카자흐스탄 예술의 단면을 살펴본다. 첫째, 한스 블루멘베르크의 절대적 은유 개념을 검토하고, 이를 통해 예술가의 공적실천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적 지평으로서 셰익스피어의 폭풍 모티프를 이해한다. 항해와 폭풍, 난파와 생환 등의 극적 계기들은 단순히 문학적 허용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간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예술가의 공적 실천에 적용될 수 있다. 동시대 카자흐스탄 예술가들은 미시적인 수준에서 혼란스러운 카자흐스탄 사회의 연대를 복원하고자 시도한다. 둘째, 동시대 카자흐스탄이 마주한 위기를 폭풍의 은유를 통해 이해한다. 이 폭풍은 근세 소비에트 체제의 지배에서 비롯되지만 독립 이후 최근까지 이어진 권위주의 국가 시스템과 신자유주의 이윤추구 논리는 카자흐스탄이 겪고 있는 난파의 상황을 심화한다. 셋째, 《가운데땅 이야기》전시회를 중심으로 카자흐스탄 사회의 변화 속에서 수행되는 예술가들의 미학적 실천과 그 실천의 사회적 의미를 검토한다. 그들은 사회적 변화 속에서 유의미한 공적 실천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의 영광스러운 전통을 복원하고, 소비에트 편입 이래 지속되고 있는 억압을 기억할 뿐 아니라, 일상의 사물을 통한 미시적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공동체 건설을 위한 공적 신뢰의 토대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