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오랜 협상 끝에 2007년 6월 타결된 한미 FTA 협상은 이제 양국 국회의 비준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 전부터 우리나라와 미국 등 협상당사국에서는 여러 산업부문에서 협상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시위 등의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고, 협상 이후에도 양국 모두에서 협상의 결과에 대한 불만족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한미 FTA 협상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분야는 자동차, 섬유, 그리고 소고기를 포함한 농축산물 분야였다. 산업의 규모와 양국 무역의 정도, 그리고 국내 산업의 형편 등에서 협상 결과에 따라 양국 산업 구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방송시장을 포함한 미디어 부문은 상대적으로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그동안 차근차근 시장을 개방하여 왔기에 이번 한미 FTA 협상 결과 대폭적인 개방으로 귀결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협상의 결과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 영향의 정도에 대한 실체 파악이 미비한 이유일 수도 있다.
양자간 협상인 FTA의 경우 양국이 모두 비교 우위인 산업과 비교 열위인 산업을 가지고, 밀고 당기는 교섭을 벌이고 서로 덜 내어주고 더 받으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국제 협상에서 시청각서비스로 대별되는 방송산업의 경우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교할 때 우리 산업이 분명 비교 열위에 있다. 결국, 우리 시장의 일정 부분을 현재보다 더 내어주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한미 FTA 협상은 종료되었다. 현재도 양국 국회의 비준을 거치지 못한 상태이고 추가 협상의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존재하지만 실제로 추가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하겠다. 설사 추가 협상이 이루어져도 방송산업 등 미디어분야가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은 더욱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우리가 할 일은 현재의 협상 결과를 보다 면밀히 평가하고 긍정적 및 부정적 영향의 정도를 가늠하여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보다 구체적으로 한미 FTA에 의해 변화될 방송산업의 구도를 평가, 예측하고 부정적 영향의 가능성을 최소화시킬 지원정책과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정책기관과 산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한미 FTA 협상 결과를 놓고 이것이 우리나라 방송산업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예측하기 위하여 수행되었다. 물론 단순히 협상 결과만을 가지고 향후의 산업에의 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협상 결과 일부 부문의 개방이 진전되었다는 것이 실질적인 외국 사업자의 진출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향후 여타 국가와의 FTA 결과가 새로운 변수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방이 거의 모든 산업부문의 대세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산업 개방에 대한 영향 분석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 협상이 완료된 현 시점에서 본 연구를 통해 그간의 논의를 정리하고 단기적인 평가 및 예측을 통해 당장 필요한 정책 현안을 도출하고 향후 이루어질 연구의 초석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본 연구는 한미 FTA 협상 타결에서 반영된 방송산업 관련 사항들을 점검하고 이들 사항들이 국내 방송산업에 미칠 영향을 평가, 예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한미 FTA 협상 결과를 분석하고 이것이 국내 미디어산업 중 방송산업에 미칠 영향을 심층 분석하고자 하였다. 미디어산업에는 신문, 인터넷 등 여타의 산업군이 포함될 수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제외하였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제2장에서 먼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이루어진 방송산업 개방 관련 논의를 살펴보고, 방송산업의 산업적 특징과 무역 대상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특징 등을 정리하겠다. 특히 방송시장 개방에 방어적 기제로 작용해왔던 문화적 예외 논의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각국의 입장 그리고 국제기구 등에서의 논의과정 등도 상세히 알아보겠다.
제3장에서는 방송시장 개방과 관련하여 우리나라가 가져왔던 입장을 일별한 후, 한미 FTA 협상 과정 및 이에 대응한 논의과정에서 주로 지적되었던 국내 방송산업 각 부문 별 현안을 점검하고, 한미 FTA 협상 결과를 세목별로 살펴보아 일차적인 영향 평가를 시도하겠다.
이어지는 제4장과 제5장에서는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부문으로 나누어 국내 산업 현황을 점검한 후, 한미 FTA 이후 국내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부분의 영향 관계와 현안별 대처방안을 논의하고 제시하고자 한다.
마지막장에서는 각 장의 논의를 정리한 후 한미 FTA 이후 국내 방송산업의 영향을 종합하고 대처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II. FTA와 미디어 산업
1. 세계화 시대와 FTA
오늘날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촌 경제의 세계화는 과거 몇몇 국가의 주도로 이루어졌던 국제화와는 달리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 기구) 체제 아래 전 세계가 단일한 규범과 원칙에 의하여 지배되며 사실상 하나의 시장을 지향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화는 경제적 차원으로 될 때 국가 간의 국경과 장벽이 없어지고 자본과 상품의 자유로운 흐름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더 나아가 사회적, 문화적 차원의 세계화로 이어진다는 진단도 제시되고 있다. 세계화는 힘 있는 국가 간의 대 연합, 예를 들어 EU의 탄생이나,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제국주의적 헤게모니가 관철될 수 있는 NAFTA나 FTA등 지역협정을 통하여 구체화되고 있다.
여기서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이란 "지역경제통합의 한 형태로서 협정을 맺은 당사국간 관세 및 기타 무역규제를 완화 내지 철폐하여 무역자유화를 추구하고, 이를 통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시장 확대에 따른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기 위하여 국가간 체결하는 협정"(권오복 외, 2005, 12쪽)이라 정의된다. FTA는 일반적으로 이를 통해 호혜적 경제 관계의 증진을 기대할 수 있는 2개국 이상의 국가들이 경제적 이익을 공동으로 추구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체결되며, 체결국간에는 차별적인 대우가 배제되거나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져서 사실상 단일 경제권을 형성하고, 역외국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차별적 정책을 취하게 되는 폐쇄적 협정이다.
초기의 FTA는 GATT 제24조를 근거규정으로 하여 상품분야로만 한정되었던 제한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WTO의 관할권이 서비스와 지적재산권(IPR) 분야는 물론 기술발전에 의해 새로이 등장하는 전자상거래(e-Commerce) 분야에까지 확대되면서 상품과 서비스 분야 둘 다 포함하는 소위 '포괄적 FTA'(Comprehensive Free Trade Agreement) 체결이 늘어나고 있다.
FTA 등과 같은 지역무역협정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WTO 주도의 무역자유화 협상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 주도의 경제체제에서 EU, 중국 등으로 경제축의 다변화 현상이 나타나고, 무역자유화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수나 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국가 간 입장차이 또는 이해의 조율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따라서 강도 높은 WTO 다자협상, 또는 경제통합을 요구하는 관세동맹 또는 경제동맹에 비해 협정체결을 위해서 치러야 할 정치적ㆍ경제적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FTA가 각광받고 있다.
WTO에 의하면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역무역협정의 체결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2006년 3월 기준 WTO에 통보된 지역무역협정은 193건에 이른다. 2005년 기준 전 세계 교역량의 50% 이상이 지역무역협정 내 교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강하연, 2007)
2. 산업으로서의 방송서비스
전통적으로 공익성이 강조되어온 방송 영역은 오랜 기간 각국 정부의 규제아래 국제적 무역 등에서 무풍지대로 되어왔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구체적인 결정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국제 협상 무대에서도 무역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서비스 영역의 하나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국제사회에서 무역의 대상으로서 방송서비스가 논의되어질 때는 방송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대게 시청각서비스(Audio-Visual Service)라는 개념으로 다루어져 왔다. 이에 산업으로서의 방송산업에 대하여 평가할 때, 이를 좀 더 광의의 개념인 시청각서비스로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동안 학계 등에서 논의되어온 시청각서비스의 산업적 특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시청각서비스에 대한 개인의 사용 가치는 새로움(novelty) 또는 차이에 대한 순간적인 매력(ephemeral appeal)에 있고 그 새로운 시청각서비스 상품의 생산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높은 고정 비용이 든다(Sinclair, 1996). 그러나 재생산을 위한 비용은 제로에 가깝다. 이러한 특성은 시청각서비스 산업 내부에서 자본력이 풍부한 제작자들이나 배급자들이 범위의 경제나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여 시청자들의 수를 극대화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둘째, 시청각서비스는 개인적인 소비의 행위로 인해 소멸되지 않는다. 특히 방송프로그램은 일종의 공공재(public goods)로서 비경합성(non-rivalry)과 비배제성(non -excludability)의 특징을 갖는다. 즉 자신의 라디오 청취 또는 텔레비전 시청이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청취 또는 시청을 방해하지 않는다.
셋째, 시청각서비스는 외부효과를 갖는다. 외부효과는 특정 경제주체의 활동이 시장기구를 통하지 않고 다른 경제주체에 대하여 이익이나 손실을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이관두, 2000). 자신의 경제행위로 인하여 타인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외부 경제라고 하고 이러한 외부효과가 있는 경우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생산하는 부가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은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넷째, 시청각서비스는 때때로 두 개의 매우 다른 구매자들이 시청자에게 미디어 콘텐츠를 전달하는 데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접에서 특이하다. 미디어기업은 통상 미디어 상품을 시청자에게 팔고 그리고 시청자를 광고주에게 판다. 이중의 구매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여러 가지 특별한 결과와 복잡함을 낳는다.
여기에 덧붙여 시청각서비스로서의 방송산업은 다른 영상물 시장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특히 방송이 후속창구로 활용되고 있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경우 방송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이 전체 영화나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따라서 방송산업에서의 프로그램 유통은 다른 산업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해외 프로그램 유입에 대하여 분석할 때에는 이러한 창구 간 관련성 속에서 전체 시장을 봐야한다(박소라, 2006).
이와 같은 산업적 특징을 가지는 방송서비스를 포함한 시청각 서비스가 국제적 교역의 대상이 될 때 왜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하는가? 문화적 관점에서는 자국보호라는 매우 중요한 명분이 있어왔다. 반면 경제적 측면의 보호 논리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다. 그런데 시청각서비스의 독특한 경제적 속성으로 인하여 교역에 있어서 상대적 시장의 규모에 따른 이중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제적 원리로도 보호의 논리가 가능하다.
시청각서비스로서의 방송 또는 영상물 유통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으로는 일방향 흐름모델(intertemporal intermedia flow model)을 들 수 있는데, 이 이론에 의하면 시장의 상대적 크기(규모)에 따라서 교역의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라도 불균형한 교역이 발생하게 된다(이상우, 2002).
방송콘텐츠(영상물)가 일방향으로 흐르는 이유는 그것이 상품으로서 갖는 독특한 성질 때문인데 이러한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박소라, 2006, 119-121쪽). 첫째는 앞서 언급한데로 시청각서비스가 사유재와는 구분되는 공공재적(public good)속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사유재가 교역될 때에는 저비용 생산자가 비교우위를 갖지만 공공재의 경우 오히려 고비용 생산자가 유리하다. 공공재적 속성을 가진 시청각서비스의 미디어 상품의 경우, 그것이 일차적 시장으로 삼는 시장의 크기가 생산비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이러한 공공재적 속성이 극대화되는 미디어 상품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품 시장에서 생존 하려는 전략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시청각서비스로서의 미디어 상품은 비용과 가격 간에는 관련성이 매우 적은 특성이 있다. 공공재적 속성을 가진 재화는 가격이 '수요자의 지불의사'에 의하여 결정된다. 따라서 국가 간 교역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수입을 하는 국가의 지불의사에 따라 결정되므로 양질의 상품을 매우 좋은 가격에 수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결정구조 때문에 미디어 상품에는 '덤핑' 등 일반적 반독점규제의 틀로는 규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위와 같은 특성으로 인하여 미디어 상품이 국가 간 교류될 때 다른 상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일반적으로 국가 간 무역을 결정짓는 요소는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선점효과(first-mover advantage) 이다. 그런데 미디어 상품의 경우 위와 같은 독특한 속성이 있기 때문에 이 세 가지 요인이 모두 극대화되어 나타나게 되어 필연적으로 비대칭적 무역 구조를 띠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로 미디어 상품의 외부효과(externalities)도 독특한 시장 및 교역 매카니즘을 형성하게 한다. 미디어 상품은 생산 비용과 관련 없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외부효과가 큰 상품이다. 내용의 속성이 문화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소비의 특성이 '몰이(herding)'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파급효과 때문에 문화정체성 보호나 자국 문화의 보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네 번째로 시청각서비스는 한 국가 혹은 문화권에서 여타의 국가 혹은 문화권으로 옮겨질 때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이라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텔레비전 시청자들은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자국의 프로그램을 보려고 할 것이다(Berwanger, 1987). 호스킨스와 그의 동료들(Hoskins, Mirus, & Rozeboom, 1989)의 설명에 따르면, 한 국가에 뿌리를 두고, 그 환경에 매력적인 특정한 프로그램이 다른 국가로 수출되면 그 매력이 감소된다고 한다. 이유는 시청자들이 그 프로그램에 나타나는 가치, 믿음, 행동 성향 등에 동화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은 더빙과 자막으로 인해 그 매력이 감소될 것이다. 같은 언어로 제작될 지라도 액센트나 속어 등의 이해에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것이다. 따라서 수출 상품의 할인을 최소화하고 수입 상품에 대해 특별히 큰 할인을 적용하는 국가가 시청각서비스의 무역에 있어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3. 시청각서비스와 문화적 예외
위에서 설명한 특징들로 인하여 일각에서는 방송 등 시청각서비스에 대하여서는 문화적 예외를 주장하는 논리가 오랜 기간 상당한 설득력을 유지하여 왔다. 그러나 다른 한 측에서는 문화적 예외 논리를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비합리적 주장으로 치부하기도 하였다. 다시말해, 시청각서비스의 문화적 예외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입장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문화적 예외론을 반대하는 입장은 앞서 언급한 국제교역에서의 산업적 특성들을 시청각서비스 시장 개방의 경제적인 이유로 언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청각서비스는 교역에 있어서 독특한 산업적 특성들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시청각서비스 시장 개방은 각국에게 국제교역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상호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득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입장은 시청각서비스의 산업적 특성들 중에서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특성들보다는 국제무역에서의 산업적 특성들을 보다 강조한다. 정부의 개입은 비교우위에 따른 생산의 특화가 이루어지는 국제무역 체제하에서 시청각서비스의 자유로운 유통을 방해해서 경제적 복지와 효율을 크게 감소시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Throsby, 2001).
반면에 문화적 예외론을 찬성하는 이들은 시청각서비스의 산업적인 특성들과 그로 인한 경제적 가치 창출에도 불구하고 시청각서비스 부문은 여전히 문화적으로 중요한 특성들과 그 가치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일반 상품 및 서비스는 경제적 가치만을 산출하는 것과 달리, 시청각서비스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산출한다는 것이다(Throsby, 2001). 각국의 시청각서비스는 그 나라의 시청자들에게 민족적, 문화적 정체성과 다양성을 제공하고, 시민의식을 고취시키는 등의 친사회적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이는 경제적 이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다(송경희, 2003). 또한 자유교역을 통해 경제적 효율성이나 경쟁력을 갖춘 문화가 그렇지 못한 문화에 강제적으로 유입되어 자국 문화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단순화될 염려가 있다(Hoskins et al., 1998).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정부의 개입은 정당화되고 있고, 개입에 따라 발생하는 경제적 비효율성의 비용은 외부경제로부터 얻는 이익과 해당 공공재를 보호하기위해 지불되는 가격으로 최소화하여 지불해야 할 몫으로 본다.
III. 국내 방송산업과 한미 FTA
1. 방송시장 개방에 대한 한국의 입장
우리나라는 방송산업은 2005년 매출액 기준으로 8조 6천억원 규모에 이르도록 성장하였다(방송위원회, 2006a).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방송산업은 국제경쟁력과 비교우위에서 월등한 우위를 선점하지 못한 상태이며 국가적 지원이나 보호의 대상이 되어 왔다. 여전히 시청각서비스 분야에서 무역 흑자보다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정부의 시장개방 확대 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그 개방의 폭과 외국의 시장접근이 확대되어 왔다. 문화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로, UR 협상 과정에서 시청각 서비스 6개 분야 중 2개 분야를 양허했으며 이후 서적 출판업이나 유선방송 프로그램 공급 등에 대해 부분적 개방이 이루어졌다. 현재는 라디오 방송업과 텔레비전 방송업 두 개에 한해서만 외국인의 투자가 금지되어 있으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문화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즉 이미 국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양허 조치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렇지 못한 분야 또한 앞으로 계속적인 개방 압력을 받을 것이며 최대한 우리나라의 방송산업 각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한 뒤 점진적인 개방을 시도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방송시장 개방의 기본 정책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우리나라는 문화의 산업화를 인정하는 입장에 가까우며, 정신적 가치는 별도로 논의하고자 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전자의 경우는 미국과 일본 등이 내세우는 입장과 유사하며 후자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은 유럽측 입장과 유사하다 하겠다. 참고로, 브라질은 개발도상국 이해를 반영하면서 절충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기본적 입장은 브라질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브라질은 문화상품의 경제적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문화적 예외를 적용하는 것은 이러한 문화상품의 경제적 측면을 무시하는 조치가 될 수 있는 반면, 문화정책이 국가정책목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입장이다.
2, 방송산업에 대한 FTA의 영향력
그동안 FTA를 포함한 국내 산업의 개방에 관한 논의 과정에서 일반적인 방송산업의 특징, 그리고 국내의 방송산업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국내 시장이 개방될 경우 다양한 차원에서의 영향 가능성에 대한 지적들이 있어 왔다. 여기서는 방송산업과 이의 연관산업이라 할 수 있는 광고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FTA가 가져올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하여 정리하도록 하겠다.
1) 방송산업분야
이번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서 가장 심각한 반대에 부딪친 농업 부문뿐만 아니라 서비스 부분 중의 하나인 영화, 방송 등의 문화산업 영역이 몰락 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 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규제를 두었다고는 하지만 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완전개방'한 것은 해당 국내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를 IT적인 관점에서 볼 때, IPTV와 같은 통방융합 시대에 미디어 경쟁이 치열해 지는 시점에서 향후 미디어사업의 주체가 될 기간통신 사업자를 완전 개방이 예상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FTA 국회 비준과정과 방송 분야 유예기간 3년 등을 고려하면 향후 몇 년간 국내 방송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있다. 방송시장 개방은 방송산업의 육성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문화 및 경제의 종속이나 방송 산업의 집중과 견제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정책적으로 어떤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확립함으로써 방송산업을 육성하고 문화주권을 보호할 것인지, 외국자본이나 프로그램 유입의 긍정적 요소를 잘 활용하고 부정적 요소를 어떻게 배척해 나갈 것인지, 또한 방송주체인 방송사업자로서는 글로벌화로 대변되는 신방송질서 속에서 방송의 전통적 가치인 공익성을 보장하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미디어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정윤식, 2007).
미국은 방송영상산업의 경쟁력을 통해서 전 세계의 문화산업을 확실히 주도해나가고 있다. 방송영상시장의 개방 문제는 상품으로서의 의미와 문화 다양성이나 여론 다양성이라는 양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상품이라는 의미는 문화상품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고부가 가치와 잉여가치를 창출하는 아주 중요한 분야인 문화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영상 산업의 개방은 산업 논리와 문화 논리 모두가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의 방송영상 시장이 미국에 개방되었을 때 누구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누구의 문화 다양성을 풍부하게 또는 저해하는 것에 대한 고려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를 보면 미국이 한국 시장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지, 한국의 방송영상 산업이 미국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방송영상 시장만을 놓고 보았을 때 한국에는 별로 득이 될 수 없는 시장이다. 방송시장 개방과 관련한 미국과 한국의 이해득실을 논하자면, 미국의 요구에 의한 미국의 이익을 위한 일방적인 것이지, 한국의 이익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2) 광고서비스 분야
우리나라는 이미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1987년 외국 광고회사에 대한 투자 비율을 49% 허용하고, 1991년 광고대행업에 100%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였으며, 1995년 광고물 제작업과 광고영화 제작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여 광고제작 시장까지 개방함으로서 광고서비스 분야는 대외적으로 전면 개방된 상태이다. 즉,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시 광고서비스 전 분야에 대해 '제한 없음 (none)'이라고 양허한 바 있다. 따라서 FTA에 있어 광고서비스 분야에서 미국 등 FTA 협상국가에서 협상을 요구할 사항은 시장접근,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 최혜국대우(Most-favored Nation) 등 차별 없는 무역보장의 원칙과 시장개방의 문제라기보다 국내 규제사항이다. 실제로 미국은 USTR의 국별 교역장벽 보고서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광고서비스 시장에 있어 국내 영업 환경상의 애로사항에 대한 개선을 연례보고서를 통해 매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김병희ㆍ한상필, 2007)
FTA와 관련하여 광고서비스 분야에서 핵심적 쟁점은 미디어렙 제도, 방송광고 대행수수료 체계와 그 외의 국내 규제사항인 중간광고, 광고총량제, 광고심의제도 등이다.
3. 한미 FTA 방송분야 협상결과 및 영향
1) 한미 FTA 방송분야 협상결과
이번 한미 FTA의 방송분야 타결 의미와 주요 이슈를 정리하면, 방송의 공적인 기능을 고려하여 여론형성 기능이 있는 보도채널(지상파방송, 일부 케이블 보도채널들)과 종합편성ㆍ홈쇼핑 채널은 개방에서 제외되었고 케이블방송채널사용사업자(이하 PP) 시장이 간접투자 방식으로 전면 개방되었다. 직접투자 방식이 아닌 간접투자 방식으로 개방되어 직접적인 투기성 자본의 국내 유입에 따른 방송의 공공성 훼손 위험이 어느 정도 완화되었지만, 유료방송 (콘텐츠시장)분야에 큰 파장이 예상되며, 장기적으로 지상파분야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 FTA 방송분야 협상부문은 서비스ㆍ투자 부문, 전자상거래 부문, 경쟁 부문, 지적재산권 부문, 협상결과 적용시점 등으로 구분되며, 방송분야 협상과정에서 미국의 요구와 한국의 방어구도가 형성되었다.
한미 FTA 방송분야 협상결과 중에서 지상파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문은 서비스ㆍ투자 부문이다. 특히, PP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49%로 제한한 현행 방송법은 유지됐지만 간접투자를 100% 허용됨에 따라서 이르면 2011년부터 또는 2012년에 미국 자본들이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PP를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서 국내 케이블TV 및 위성방송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IPTV를 비롯한 방송으로 분류되는 뉴미디어에도 아무런 제한 없이 PP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유료방송 콘텐츠시장의 전면개방으로 인해서 지상파방송은 1,600만 가입가구를 보유한 유료방송 콘텐츠 시장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미국계 거대 PP와의 경쟁도 이루지면서 방송콘텐츠 시장이 무한경쟁체제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또한 애니메이션과 영화 콘텐츠의 많은 부분을 외국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1개 국가 쿼터의 완화와 애니메이션ㆍ영화의 국내 궈터 완화는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을 위축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2) 한미 FTA의 방송분야 영향 평가
한미 FTA 협상 중에서 방송분야의 주요이슈는 서비스ㆍ투자 부문이며, 한미 FTA 방송협상 결과에서 가장 큰 이슈는 PP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를 전면 개방이다. 외국인 PP 완전진입은 예상 이상의 파괴력을 갖는다. 국내 케이블방송 정책이 PP보다 SO 중심이었기 때문에 케이블 PP의 세계화에 가장 취약한 상태에서, PP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며, 장기적으로 방송시장의 무한경쟁 체제가 도래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 서비스ㆍ투자 부문 중 이슈가 되고 있는 PP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 철폐, 국산제작 영화ㆍ애니메이션 편성궈터 축소, 전체 수입물 중 1개국 쿼터 현행 60%에서 80%로 확대 등이다. 방송분야의 영향력을 정리하면, 국내 PP 간접투자 100% 허용의 경우 외국 메이저 콘텐츠 사업자와 국내 PP의 무한경쟁 도래, 해외판권 가격 상승/해외 판권 확보 어려움, 방송광고시장 잠식, 시청료 인상 가능성, 무한 시청률 경쟁환경 도래 등이다. 다음으로 비지상파(PPㆍ위성ㆍSO)의 국산제작 영화(25%→20%), 애니메이션(35%→30%) 쿼터 축소의 경우 경쟁력 없는 중ㆍ소 PP 퇴출 우려, 미드와 일드 등으로 인한 문화 종속 우려, 외국 애니메이션 범람으로 인한 어린이ㆍ청소년 문화 정체성 퇴색 등이다. 마지막으로 전체 수입물(영화, 애니메이션, 대중음악) 중 1개국 쿼터 현행 60%에서 80%로 확대의 경우 해외 저질 콘텐츠 유입 우려, 대미 수출 불균형 심화 우려, 해외 콘텐츠 수입 증대, 특정국가의 프로그램이 안방을 독식 우려 등이다.
IV. 한미 FTA가 지상파방송에 미치는 영향
1. 방송의 공공성과 문화 다양성
1) 디지털시대의 방송 공공성
방송의 공공성 개념은 오늘날 방송에서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개념 중의 하나이다. 지상파방송만 존재하던 시대에 가장 논란이 많았던 부분은 공공성 개념이었으나, 다매체ㆍ다채널 시대가 도래하면서 방송의 공공성과 함께 중요한 개념으로 산업성이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 대두되고 있다(최현철ㆍ안석환ㆍ신홍균, 1999). 공공성에 대한 개념 정의는 시대적인 상황과 사회를 보는 시작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공성의 개념이 그것이 처한 시대적 상황에 적합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최영묵, 1999).
일반적으로 방송의 공공성 개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최현철ㆍ안석환ㆍ신홍균, 1999, 192~193쪽). 첫 번째, 공공서비스로서 공공성 개념이다. 여기서의 공공성 개념은 한 사회에서 공유되는 가치를 명화하게 해 주는 방송의 사회적 기능 또는 내용 차원에서의 공공성을 말한다. 즉, 방송서비스에서의 공공성은 기본적으로 보편성, 공동성, 다원성, 공개성의 추구를 원칙으로 한다. 두 번째, 사업체구도에서의 공공성 개념이다. 이는 방송사업체 운영에 관한 제도적 차원에서의 공공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방송사업의 경제적 기반 또는 방송사업에 관계되는 여러 관계를 제도화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방송과 통신 미디어에 중요한 지각변화가 일어났다. 그 첫 번째 지각변화는 무엇보다도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변화에 의한 것이었다. 과거의 아날로그를 대체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혁신은 그간의 방송ㆍ통신 산업의 지형과 구조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이것이 통용되던 사회적 가치까지도 전복시키고 있다. 두 번째 중요한 변화는 80년대부터 영국과 미국을 필두로 본 격화된 신자유주의의 확산이었다. 자본의 유연화와 구조조정 등으로 가시화 되는 신자유주의는 국가 정책과 산업의 구조에 있어서 탈규제와 민영화, 융합 등을 주요한 전략으로 내세운다(김평호, 2006).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와 디지털 시대의 논리에 의해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방송의 공적 가치는 어떠한 식으로 재정립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개념이 방송의 공익성과 통신 영역의 보편적 서비스를 포괄하는 상위의 개념으로서 '공공성(publicness)'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공공성은 과거 미디어 산업의 존재방식과 기술적 메커니즘에 근거했던 공익성과 보편적 서비스의 사회문화적 가치는 물론이고 보다 메타적인 차원에서 미디어와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며 도출한 개념이다.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공공성에는 기존 미디어에서 관철되어 왔던 공익성의 사회문화적 가치(다원성, 다양성, 공정성, 공동성 등)와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평등하고 지속적인 미디어의 사용가능성은 물론이고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에 맞추어 수용자들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의사소통행위과정의 참여와 접근을 보장하는 수용자 주권이 포괄될 수 있을 것이다.
2) 방송과 문화다양성
문화다양성이라는 개념은 각각의 문화가 상호 구별됨을 통해 상대적 소속감을 획득하게 됨으로써 비로소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정체성의 개념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개념이다. 결국, 문화적 정채성이라는 것도 이러한 문화적 다양성 속에서 자신이 속한 문화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인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정채성이라는 개념이 상대적으로 정태적 의미를 갖는 것이라면 문화적 다양성은 지극히 동태적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다. 문화는 유형적이고 정채적인 어떠한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복잡하고 유기적이며 동태적 성격을 띠게 된다. 다른 문화와 구별되는 정체성은 문화의 생성, 변화, 발전의 변증법적인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그 자체가 동태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심석태, 2003).
이러한 차원에서 방송영상 산업의 개방은 산업 논리와 문화 논리 모두가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의 방송영상 시장이 미국에 개방되었을 때 누구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누구의 문화 다양성을 풍부하게 또는 저해하는 것에 대한 고려를 하여야 한다. 방송영상시장의 개방 문제는 상품으로서의 의미와 문화 다양성이나 여론 다양성이라는 양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상품이라는 의미는 문화상품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고부가 가치와 잉여가치를 창출하는 아주 중요한 분야인 문화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2. 지상파방송의 산업현황분석
1) 매체환경의 변화
한국방송광고공사(2006)에 의해 조사된 '소비자 행태 조사'를 통해서 한국인의 미디어 이용행태를 정리하면, 총가구시청률(HUT)과 시청시간의 2000년부터 2006년간 추이는 2001년에서 2004년까지 약간씩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그 이후에는 정체되거나 미세하게 감소하였다. 3대 지상파방송사 네트워크 시청률은 1998년 이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1992년 지상파 3사의 시청률은 44.2%에서 1995년 47.8%로 증가하다가 유료방송 가입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부터 감소하여 2006년에는 32.3%를 기록하였다. 반면 케이블TV 시청률은 1992년 0.7%에서 1999년까지 정체되다가 2000년부터 빠르게 상승하여 2006년에는 11.8%를 기록하였으며, 2006년 지상파 3대 네트워크 시청률과 유료TV 시청률 비율은 73.2 : 26.8로 나타났다.
2005년과 2006년 상반기에 TV시청이 미세하나마 감소하고 있고, PC이용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세대라고 불려지는 10대와 20대는 40대 이후에 비해서 TV시청시간이 적고 PC이용시간이 많고, 전 연령층에서 PC이용 시간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PC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방송의 영향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반면에 뉴미디어 시장은 점차 확대됨으로써 지상파 방송광고가 더 이상 성장 동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광고시장에 있어 뉴미디어의 급격한 성장세에 따라 상대적으로 지상파방송의 광고비중이 줄어들게 되었다. 앞의 표에 따르면 대체로 지상파TV를 포함하여 4대 매체의 광고비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뉴미디어 광고의 경우 성장률과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의 광고매출은 한일 월드컵 특수를 누렸던 2002년에 2조7천209억 원으로 정점을 이룬 이후, 2003년 2조6천422억원, 2004년 2조5천3억 원, 2005년 2조4천175억 원 등 3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상파방송 광고제도의 차별적 규제가 존속하고 있으며, 방송계 안팎의 난관과 침체를 극복하고 지상파방송이 안정적인 경영과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광고제도 개선을 통한 경영재원 확보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한미 FTA가 효력을 발생하기 전에 광고제도개선을 통해서 지상파방송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경영환경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2) 산업현황분석
2005년 국내 방송산업시장 규모는 8조 6,352억원으로 2004년대비 11.1% 증가하였다. 우선, 지상파방송 매출액은 3조 5,426억원으로 전년대비 0.1% 감소하였으며, 지상파TV는 0.2%(8억원) 감소, 라디오는 1.6%(56억원) 증가하였다. 다음으로 유선방송 매출액은 1조 5,974억원으로 전년대비 15.4%증가하였으며, 종합유선은 증가(17.4%), 중계유선은 감소(57.4%)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셋째, 채널사용사업 매출액은 3조 1,265억원(홈쇼핑 포함)으로 12.4% 증가하였으며, 5개 홈쇼핑 사업자의 매출 비중은 55%(1조 7079억원)이다. 마지막으로 일반위성방송사업(스카이라이프)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6.2% 증가하였으며, 2004년의 증가율 70.4%에 비해 증가세 둔화되었고, 위성이동멀티미디어(TU미디어)의 매출액은 216억이었다.
방송광고시장 규모는 2005년 3조 2,103억원으로 전년대비 2.5% 성장하였으며, 지상파방송은 2조 4,021억원으로 4% 감소하였으며, 2002년 이후 지속적 하락하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은 6.6% 증가, 방송채널사용사업은 38.3% 증가하였다.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 조달 구성을 살펴보면, 2005년 기준 총 조달비용은 8천9십억 원이었고 이 중 해외구입비는 150억 원에 달해 약 1.85%에 달하고 있다. 2004년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의 해외스포츠 중계료 지급은 약126억 원에 달한다. 이를 포함할 경우 해외구입비 비중은 약 3.5%수준으로 올라간다.
3. 지방상방송의 한ㆍ미FTA 대처방안
1) 광고수익 확대 : 방송광고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1) 방송광고판매제도
국내 미디어렙 현황에서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체제에 대한 논의는 미디어렙 신설 방안, 미디어렙 수, 공/민영 미디어렙 구분, 민영 미디어렙 지분 출자,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민영미디어렙 출자 등의 문제에 있어 이해 당사자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방송광고수입 증가를 기대하는 KBS, MBC, SBS 등 방송 3사와 방송광고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는 대형광고주는 경쟁체재를 찬성하는 반면,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사는 자사 광고수입 감소우려로 경쟁체제를 반대하고 있다. 한미 FTA의 여파로 인해서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해체하고 민영미디어렙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면, 한국방송공사를 통해서 시청률이나 청취률 경쟁에서 KBSㆍMBCㆍSBS에 비해 낮지만 반드시 필요한 매체이고 존재 자체로 가치가 높은 평화방송 불교방송 기독교방송 등 독립 지상파라디오와 EBS 그리고 지역MBC와 지역민방의 광고매출액을 최소한의 수준에서 유지시킬 수 없게 된다. 또한 서울과 지역 그리고 TV와 라디오의 균형 발전과 미디어를 통한 공공교육 확대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광고판매제도의 도입과정에서 공영, 민영, 교육, 방송과 라디오뿐만 아니라 서울과 지역을 고려한 미디어렙제도의 도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통해서 가장 바람직한 방송광고 미디어렙 체제는 방송광고공사의 공익사업 부문과 광고진흥사업을 전담 추진하는 주체로서 광고진행재단을 설립하고, 광고진흥재단 운영 자금은 각 미디어렙의 수입 중 일정 비율을 각출 받아 충당하게 한다는 방안이다. 그리고 각 방송사(KBS, MBC, SBS)는 각각 자유롭게 미디어렙을 설립하는 것이다.
(2) 중간광고
중간광고는 OECD 가입국가 중 한 나라도 허용하지 않는 나라가 없고, 심지어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시행되는 일반적인 광고형태이다. 일각에서는 시청자의 시청흐름을 방해함으로써 시청자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중간광고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으나, 시청자들은 이미 10년 이상 케이블TV 등 유료 상업매체를 통해 중간광고를 접해 왔다. 중간광고는 지난 1974년 3월 뚜렷한 이유 없이 돌연 중단되었는데 지금 지상파에 중간 광고가 시행된다면 없던 것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방송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유료 상업매체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한미 FTA 체결상황에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복지와 권익 증진, 디지털 전환을 통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통한 제공, FTA 상황에서 제작인프라 개선 등 콘텐츠 제작역량 강화를 위해서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3) 광고총량제
방송광고 운영제도는 방송사의 경영재원 마련을 위한 마케팅 활동과 자율적인 광고 편성권의 확보라는 기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콘텐츠 경쟁력의 핵심 플랫폼이자 각종 뉴미디어에 대한 콘텐츠 공급자인 지상파 방송사들의 제작 역량 강화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방송광고 총량은 변화 없이 고정하더라도 제한된 방송광고 시간 내에서 방송광고 편성권은 방송사에게 맡기는 방송광고총량제 도입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방송광고총량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첫째, 지상파 방송에만 적용하고 있는 과도한 규제를 해소함으로써 보편적 공공서비스인 지상파방송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둘째, 방송광고의 탄력적 시장 기능을 회복하여 특정 시간대에 방송광고 수요가 집중되는 불균형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셋째,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신장시킴으로써 시청자에게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의 편성과 질 좋은 프로그램 공급이 가능하며, FTA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프로그램의 제작이 가능해 진다. 넷째, 다매체 시대의 새로운 방송환경대부분의 국가에서 적용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광고제도가 안착하게 된다.
2) 콘텐츠 경쟁력 확보 방안 : 판권 및 제작역량 강화
FTA 질서 하에서 무한 경쟁이 예상되는 유료 콘텐츠 시장환경 속에서 PP뿐만 아니라 지상파방송의 생존 열쇠는 경쟁력있는 독자 콘텐츠 제작 및 보유 능력이다. 한미 FTA 체결로 인해서 MPP사들이 독자적인 자체제작 비중 증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자체제작 증가 움직임은 최근의 전문 외주제작 시스템 정착 움직임과 FTA 이후 지분 참여를 위한 자본유입 등과 맞물려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제작의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나, 장기적으로 콘텐츠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 드라마 한편의 제작비가 2억 정도라면, 미국의 경우는 24억 정도로 추정된다. 거의 12배나 많은 돈을 들여서 제작을 하니, 당연히 그 스케일이 다를 수밖에 없다. 보통 미국 드라마는 독창적인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 영화 못지않은 영상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국내 지상파방송은 그동안 외주제작정책으로 인해서 드라마뿐만 아니라 쇼ㆍ오락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독립제작사를 통한 제작관행으로 인해서 콘텐츠 제작 경쟁력이 쇠퇴한 상황이다.
한미 FTA 협상이 이루진 상황에서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의 경쟁력이 곧 한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이라는 인식 하에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산업 진흥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상파방송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제작시스템의 개선 및 구축을 통해서 콘텐츠 제작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특히, 연예인/연예기획사, 방송사/제작사, 학교/아카데미 등의 주체들 간의 갈등(제작사/방송사와 연예기획사간 갈등, 연예인과 연예기획사의 불신 등) 해소 및 효과적인 연계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3) 지원정책 및 규제완화 방안
아직까지 정부 및 방송산업 관련기관에서 대책이 제시되지 못한 상황에서 콘텐츠기업과 제작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방송콘텐츠 역량강화를 위해서 인력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장기적으로 지상파방송 콘텐츠 제작역량강화를 위해서는 제작인프라뿐만 아니라 인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지상파방송은 방송위원회의 '매체균형발전론'으로 인해서 제도적인 역차별(중간광고, 광고총량제, PPL, 협찬 등)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방송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 제도적으로 수익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수준의 방송환경조성을 위해서 불필요한 규제제도를 없애야 할 것이다.
한미 FTA체결로 인한 방송시장 개방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는 PP이다. 지금까지 케이블TV 정책은 SO중심이었기 때문에 국내 중ㆍ소 PP경쟁력이 미흡한 상황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방송수신환경 속에서 지상파방송 역시 MPP로 전락할 상황에서 콘텐츠 역량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규제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보편적ㆍ무료 방송인 지상파방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 콘텐츠 사업자와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지상파방송사의 경쟁력 확보 및 체질 개선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비대칭 규제를 받아온 지상파방송의 환경 및 구조개선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성이 제기된다. 첫째, 지상파방송의 제작환경 개선이다. 둘째, 지상파방송의 재원구조 개선이다. 셋째, 콘텐츠 제작시스템 구축 강화이다. 넷째, 지상파 디지털 전환 촉진 및 MMS(Multi Mode Service)서비스 등 무료 보편적 서비스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4) 지상파방송 경영전략 및 발전 로드맵 구성 방안
(1) 지상파방송 발전 로드맵
한미 FTA 방송분야 개방은 4-5년 뒤에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체계적인 조사를 통한 지원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체계적 대처 및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과 방송위원회 차원에서 일원화된 지원정책 및 규제완화를 체계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한미 FTA관련 '방송분야 TFT 구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기차원에서는 중ㆍ소 PP 및 지역 지상파 등의 영향력 및 대처 방안연구가 필요할 것이며, 중기차원에서는 MPP(MSP) 및 지상파 영향력 및 대처 방안 및 디지털전환 과정 및 효과 분석의 연구 등이 필요하다. 장기차원에서는 방송시장의 무한경쟁에서 국내 콘텐츠산업 시스템 활성화 방안이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2) 지상파방송 경영전략 방향
① 새로운 기업환경 조성 : 기본적으로 지상파방송은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한다. 지상파방송의 케이블TV 진출확대, MMS 정책 활성화, IPTV와 연계 확대 등을 통한 네트워크 확장과 콘텐츠의 OSMU(One Source Multi Use)효과를 극대화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②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 확보 방안 : 지상파방송사에서 스타 PD를 육성하고 인력확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창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 내부의 보조 시스템 개발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③ 방송 재정 확대와 글로벌화 전략 : 무료 보편서비스 매체로 지상파방송은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정부와 관계기관으로부터 정책ㆍ제도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은 근본적으로 미디어 재정을 확충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허용 문제도 해결되어야 하며, 기타 수입, 유료방송 등 다양한 재원의 개발되어야 한다.
V. 한ㆍ미 FTA가 유료방송에 미치는 영향
1. 국내 유료방송시장에 대한 미국 영향력
미국이 소유한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지분을 살펴보면,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미국의 자본과 콘텐츠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먼저, 플랫폼 부문에서 미국 자본은 SO 사업자 위주로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특히 씨앤엠과 HCN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MSO에 집중되어 있다. 국내 케이블TV 시장에서 수도권 시장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그 영향력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지분율의 크기가 작더라도 불평등한 외자 도입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분율의 크기보다 미국자본이 참여하고 있다는 자체가 위협적이다. 위성방송과 위성DMB의 경우 시장 전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내부의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송시장이 개방되는 미국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플랫폼 부문에 대한 미국 자본의 소유지분을 통해 지분율 크기보다 미국 자본이 들어와 있는 것과 그 계약관계, 그리고 미국 자본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종속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콘텐츠 부문에서는 대표적인 홈쇼핑 채널에 미국 자본이 진입해 있어 우회적인 SO 지배 즉, 플랫폼 지배와 연동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많은 미국의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가 자사의 콘텐츠를 국내의 PP에 개별적으로 판매하지 않고, 브랜드명을 유지한 채 채널 전체를 제공하는 형태로 국내 MPP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는 곧 한ㆍ미 FTA에 따라 PP의 간접투자가 허용되면 어느 때라도 미국의 채널이 독립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부문의 통신사업자들이 콘텐츠와 서비스업을 병행하기 위해 IPTV로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으므로 결국 콘텐츠와 서비스 양 분야에 대한 미국의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채널사용사업자(PP)의 대미 수출입 현황을 살펴보면 수출은 416편, 26만 달러에 불과한 반면, 수입은 7,529편, 3,699만 달러로 편수 기준 18배, 금액 기준 140배 이상 많다. 즉, 수입액이 수출액의 0.7%에 불과하며, 다른 국가에 비해 미국산 프로그램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결국, 미국의 자본 및 콘텐츠가 국내로 진입하는 일방향적인 관계를 갖고 있으며, 한ㆍ미 FTA를 통해 이 같은 일방적인 관계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ㆍ미 FTA 방송분야 협상 구도는 사실상 미국측의 시장 개방 요구에 대해 방어하는 입장이었다고 총평할 수 있을 만큼 일방적이었다. 이는 한미 양국 간의 방송프로그램 수출입에 있어서 한국이 절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2. FTA가 국내 유료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1) 플랫폼(SO 및 위성, IPTV) 시장에 대한 영향 분석
한ㆍ미 FTA가 플랫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플랫폼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즉, 자본 형성 측면에서 기존의 플랫폼(SO, 위성방송)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신규 플랫폼(IPTV)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O는 통신기업과 경쟁을 염두에 두고 M&A로 몸집을 불리거나 아날로그의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투자비용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본의 투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가입자 측면에서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ARPU는 매우 낮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초다채널을 추구하는 IPTV의 경우 미국 자본이 신규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미디어기업으로서는 IPTV 플랫폼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자사의 콘텐츠를 독립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외국 자본이라는 정치적 의미보다 시장적 개념으로 볼 때 이 같은 자본 형성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SO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가입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SO가 유리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규제완화 및 시장개방이 이뤄지면 미국 등의 외국 자본은 IPTV를 비롯한 신규 플랫폼에 대한 투자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FTA에 따른 영향은 단지 표면상으로 들어나는 수치보다도 거래협상력을 미국사업자들이 쥐게 되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2) 콘텐츠(PP) 및 VOD 시장에 대한 영향 분석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시장은 한ㆍ미 FTA의 직접 영향권 아래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 PP업계는 이제 국내 사업자 간의 경쟁을 넘어서 미국 사업자와의 경쟁 구도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ㆍ미 FTA가 타결되자 2007년 4월에 방송위원회 등을 비롯한 각 기관들이 방송시장의 피해규모에 대한 예측치를 발표했다. 국책연구기관 11곳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피해규모를 366억 원으로 다른 기관들에 비해 매우 보수적으로 예측한 반면, 규제기관인 방송위원회는 비교적 중도적인 2,447억원~2,894억 원 정도, 사업자 단체인 케이블TV협회는 최고 7,000억 원까지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발표했다.
이처럼 상이한 피해규모 전망은 피해산정 기간, 영향이 예상되는 PP 장르, 영향이 예상되는 분야의 채널 매출액 규모 등 피해산출근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해당 기관의 성격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ㆍ미 FTA의 성과를 강조해야 하는 성격이 강한 국책연구기관의 입장에서는 한ㆍ미 FTA에 따른 피해는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면을 제시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케이블TV협회는 직접 이해 당사자인 사업자 단체로서 한ㆍ미 FTA로 인해 매출액이나 고용감소 측면에서 예상되는 피해 규모를 가장 크게 전망하고 그 대응방안을 촉구하는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한ㆍ미 FTA가 국내 유료방송시장에 미칠 영향의 크기는 이 세 가지 전망 중 어느 한 가지를 택하기보다는 그중의 어느 한 부분에 해당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한ㆍ미 FTA에 의한 피해규모는 상대적으로 유예기간 동안 정부의 정책과 사업자들의 대응에 따라 상이할 수 있으며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최대 피해상황과 최소피해상황을 설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최소 피해를 전제한 정책은 결과적으로 피해를 상당 부분 방치하는 정책미달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최소 피해에 대한 전망 하에 정책을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최대 피해규모 예측에 따른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 차선책이라 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과도한 정책비용의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지원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고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구조 및 시장행위자의 역량을 키우는 전략이 불가피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근본적으로는 자체제작편성의 의무를 일정 수준에서 부여하는 것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한ㆍ미 FTA에 따른 본격적인 개방 시점으로 예상되는 2012년 정도에는 신규 플랫폼과 디지털화를 통해 채널수가 대폭 증가하고, 이에 따른 콘텐츠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 미국 콘텐츠가 국내 방송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더욱 많은 미국 콘텐츠의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편, PP 시장의 개방 못지않게 VOD 시장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하나TV와 메가TV 같은 프리IPTV 서비스는 VoD 콘텐츠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내의 많은 논의가 PP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는 것을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선형적인 방송 부문을 육성하기 위한 대응방안들을 추진하는 동안 VOD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
3. FTA 시대 국내 유료방송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 분석
급변하고 있는 국내 방송시장에서 시스템 변화를 정착시키지 않고서는 각계가 제시한 대응방안들은 미봉책에 그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방송영상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외국의 영향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이 국내 산업이 종속되지 않는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전 분석이 필요하다. 이 같은 분석 하에 바람직한 국내 방송영상산업의 목표 설정이 부재한 상황에서 개별적인 지원 대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플랫폼이 다각화 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을 막아도 다른 쪽이 뚫리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선형적인 유통 시장에 대한 지원에 치중하는 중에 VOD 시장이 뚫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당면 과제는 유료방송시장에 대한 총체적인 비전을 갖고 총괄할 수 있는 총괄 기구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이 총괄 기구가 바람직한 방송영상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목표 및 틀을 수립한 후 구체적인 시책을 내놓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 할 수 있다. 기존에 제시되었던 각종 지원정책들은 이 같은 큰 목표와 틀 속에서 수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국내 미디어 기업이 콘텐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집중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국내 유료방송시장이 걱정하는 미국의 영향력의 핵심에는 콘텐츠가 있다. 미국의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이 자사의 콘텐츠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PP 시장뿐만 아니라 플랫폼 부문에서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미디어 기업의 콘텐츠 경쟁력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각종 지원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콘텐츠 중심의 진흥정책이 강구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