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빙고(石氷庫)는 겨울에 채집한 얼음을 여름철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장기간 보관하는 창고로, 현존하는 7기의 석빙고는 조선 후기에 축조 또는 개축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석빙고는 자연환경을 활용한 입지선택과 효과적인 단열설계로 겨울철의 얼음을 여름까지 보관할 수 있었으며 과학기술이 집약된 겨레의 유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석빙고의 홍예구조는 화강암을 이용하여 견고성을 유지하고 내부의 용적을 극대화하였다. 내부는 온습도 변화가 작고, 바람이 거의 유입되지 않는 구조와 입지환경을 갖추고 있어 단열성이 우수하다. 또한 환기구를 갖추어 내부의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빨리 배출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외기의 영향은 최소화하고 겨울철에 저장된 냉기를 여름철까지 최대한 보존하기 위한 의도로 판단된다. 한편 축냉을 위해서는 얼음저장량을 조절하고, 얼음 사이에 고효율의 단열재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석빙고의 입지환경은 장빙기능에 중요한 요소이다. 현풍석빙고는 입구 앞이 구릉사면과 석축으로 막혀 바람이 유입되기 어렵고, 구릉사면을 타고 내려온 북동향의 찬바람이 입구 부근에 정체되어 따뜻한 공기의 유입을 막아주고 있다. 이 석빙고는 다른 석빙고보다 내부 기온변화가 훨씬 안정적이었다. 이에 반해 안동석빙고는 열적 관성이 작고 외부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하여 장빙기능을 거의 상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안동석빙고가 이전 복원으로 인해 고유한 입지환경이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석빙고의 단열성과 기밀성은 오늘날 식품저장고나 정밀기계공장 등을 신축할 때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지하공간은 지표의 다양한 환경변화에 대해 안정적이고, 축열 및 축냉이 지상공간보다 유리하여 자연에너지를 비축하기 좋다. 석빙고의 장빙 기능과 같은 원리를 적용하여 겨울의 눈과 얼음을 지하공간에 축냉하면 여름에 냉방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이는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낸다. 또한 석빙고의 단열구조를 건물의 설계에 응용하면 여름철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고도 실내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여 90%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한편 석빙고의 자연통풍과 냉각효과는 특수한 미지형을 활용함으로써 극대화할 수 있다. 문화재 보존을 위한 보호각의 건립 시나 주변 사이트 환경을 조성할 때 자연적인 지형을 이용하거나 수목, 낮은 담 등을 활용하면 여름철에 통풍효과를 극대화하여 습도 조절과 냉각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반면 겨울철에는 방풍효과를 통해 옥외 문화재의 동결에 의한 훼손을 저감할 수 있다. 석빙고에 적용된 과학기술적 원리는 우리 조상의 과학적 우수성과 창의성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며, 이를 활용하면 오늘날 저에너지 산업분야 뿐만 아니라 문화재의 자연친화적 보존환경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