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0년 전인 1960년대 밀수는 한국사회 5대악 중 하나로 지칭되었으며 세관은 가장 부패한 정부 조직중 하나로 국민들에게 인식되었다. 세관절차는 느리고 관리는 효율적이지 못했다. 통계는 정확하지 않았으며 통계관리는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수입업자들은 허술한 세관 감시망을 통해 손쉽게 밀수를 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세관의 주요관심과 투자는 세수확보였고 국가안전은 주요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불법적인 행위는 적발되기 어려웠고 예방할 수도 없었다. 서류가 손실되는 경우도 있었고 대부분의 경우에 증거부족 또는 증거의 부적법성으로 인해 밀수 행위자를 처벌하기 매우 어려웠다.
불과 5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대외무역의 변화는 경이적이다. 무역은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분야가 되었다. 2012년 현재 무역은 대한민국 경제규모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1970년과 2005년을 기준으로 비교할 때 무역량은 28억불에서 5,457억불로 195배, 여행자 수는 25만 명에서 2866만 명으로 114배, 통관분야 세수는 3억불에서 320억불로 106배가 증가했다.
반면 세관직원의 수는 1970년 1,657명에서 2005년 4,287명으로 2.5배 증가한데 비해 통관 소요시간은 수입신고의 경우 신고에서 수리까지 2시간 이내로, 수출은 2분 이내로 세계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나타내고 있고 관세청은 국가 청렴도 우수기관으로 매년 평가받고 있다.
특히 World Bank는 Doing Business 보고서에서 2010~2012년 3년 연속 대한민국을 대인구 국가(Large Population Country) 가장 무역하기 좋은 나라로 평가하였다. 특히 2012년에는 싱가폴, 홍콩, 에스토니아등 국가규모가 비교적 작은 3개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무역하기 좋은 나라로 평가하였다.
한국 관세청은 무역량의 폭발적인 증가를 한정된 자원으로 대처하면서 관세행정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업무 측면에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업무와 정보기술 모두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냈다.
이러한 놀라운 성장은 5가지 업무분야에서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첫 번째는 관세행정 패러다임 변화이다. 관세행정 공급자인 세관중심에서 관세행정의 수요자인 무역 관련자 중심으로 행정의 패러다임 변화하였다. 대한민국 세관은 무역 관련기업을 행정의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업무영역의 확대이다. 과거 관세행정은 관세의 징수와 밀수 단속기능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국가와 사회의 보호기능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였다. 세 번째는 통관업무 수행체계는 전량검사에서 선별검사로 개선되었으며, 사전가격심사에서 사후가격심사로 전환하였다. 네 번째는 과학적인 조사·감시체계의 적용이다. 조사·감시 정보시스템을 도입하였고 검사 장비를 현대화 하였다. 마지막은 국제협력활동의 강화이다. GATT, CCC에 가입하고 국제기준을 적용하였다. 현재는 개정교토협약, SAFE Framework등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
모든 국가들이 이러한 노력을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많은 나라의 세관은 당해연도 목표 관세징수액의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 종사자를 고객으로 생각하는 것, 세관이 가격을 결정하지 않고 신고가격을 인정하는 것, 전량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선별검사를 실시하는 것, 통관 단계에서 심사를 실시하지 않고 사후심사를 실시하는 것 등은 어느 하나도 세관의 의사결정자가 쉽게 결정할 수는 없는 것들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제도개혁이 세관의 통제자적인 역할을 축소시켜 세수의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관세청 입장에서도 이러한 개혁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지난 몇 십년간 이런 혁신적인 변화들을 이루어냈다. 그 결과 신속하고 정확하며 투명한 세관이라는 동시에 달성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이루어 냈다.
정보기술의 활용에 있어서도 대한민국 관세청의 UNI-PASS는 여러 국제기구에서 우수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UNI-PASS가 단순한 정보시스템이 아니라 수작업과 서류 위주의 업무를 서류 없는 정보중심의 업무로 개선 및 전환하는 혁신의 도구로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세계 100여 개국이 통관전산화를 실시하였지만 한국과 같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수출입신고를 전산으로 받으면서도 다시 서류를 제출토록 하여 사실상의 업무는 종이서류 중심으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이서류를 과감하게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실제 종이서류를 포기하고 전자서류 중심으로 업무를 전환하였으며 이는 민원인과 세관직원의 대면접촉을 감소시켜 부패가 발생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여 업무의 투명성을 증대시켰고, 세관업무의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또한 모든 업무 수행이 전산시스템에 기록됨에 따라 세관직원의 업무 수행에 대해 사후적인 전산 감사가 가능하게 되어 세관업무의 투명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한국의 관세행정은 특이사항을 제외하고 개정교토협약과 WCO SAFE Framework에 대부분 부합되고 있으며, WCO Data Model 3.0의 경우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단계에 있다.
업무와 정보기술 활용 양 측면에서 한국 관세청은 짧은 시간동안 큰 변화를 이루어 냈다. 특히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국 무역의 성장과 한국 관세청의 한정된 자원을 생각할 때 이러한 노력이 얼마나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았을 한국 관세청의 발전 경험이 세관 현대화를 시도하려는 여러 국가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