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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지

국문초록

목차

1. 서론 8

1.1. 문제제기 및 연구사 검토 8

1.2. 연구의 시각 15

2. '인격화'에서 '인간화'로 이행하는 여성 인물들 25

2.1. '실천'의 어려움과 처·누이의 형상화 25

2.2. 성-노동의 교차 지점에서 나타나는 시선과 목소리 45

3. '자기'의 서사를 구성하는 '인간화'된 여성 인물들 61

3.1. 예속에서 벗어나는 '직업 부인'들의 서사 61

3.2. 삶의 낭비에서 나아가는 맹아의 결의 76

4. 서사 전략을 초과하는 '인간화'된 여성 인물들 90

4.1. 도식화된 낙인을 넘어서는 욕망의 알리바이 90

4.2. 타자와의 조우에서 기인하는 미완의 서사 115

5. 결론 122

참고문헌 126

Abstract 133

초록보기

 본고는 '자기(自己)'와 '인간화humanzation'를 통하여 김남천 소설에 나타난 여성 인물들의 역동성을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남성 작가의 여성 인물은 작가의 여성관에 근거하여 제한적으로 자리매김되어온 바 있다. 본고의 논의는 여성 인물이 역사적 작가와 공적 화자가 지닌 서술자적 권위의 제약을 넘어 재구조화되고 다시금 평가받을 수는 없는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본 논문은 온전히 작가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인물의 고유성을 설명하기 위해 김남천의 평론에서 발견되는 '자기' 개념을 전유하고자 한다. 김남천에 따르면 '개인'이나 '주체'로 환원되지 않는 고유성을 지닌 '나'를 의미하는 '자기'를 인물에 적용하는 것은 인물이 작가로만은 설명되지 않는 단독성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내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인물의 '자기'는 공적 화자에 의하여 매개되지 않는 인물의 시선과 목소리, 그리고 중·장편 소설에 남겨진 자취로서의 서사를 통하여 축조된다. 나아가 본고는 작가의 서사 전략을 넘어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인간화'된 인물에 대해 논한다. 이때 '인간화'는 주디스 버틀러의 논의를 바탕으로 하는 개념으로, 인물이 편집자적 작가의 특정한 목적에 복무하는 것에서 그치는 '인격화'와는 구별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논의를 위하여 2장에서는 '인격화'에서 '인간화'로 이행하고 있는 여성 인물들을 살펴본다. 먼저, 1절에서는 먼저 30년대 중후반 이념적 기반을 상실했던 김남천의 작품 세계에 나타난 처·누이의 형상을 살펴본다. 이때 작가는 이념적 상실뿐 아니라 개인사적 상실을 겪은 바 있다. 결코 재현될 수 없는 아내에 대한 기억은 부채감을 기반으로 한 여성 인물들의 형상화로 이어지며 이른바 고발 문학의 기반이 된다.

2장 1절을 통하여 본고는 김남천이 자신의 취약성을 기반으로 하여 타자를 응시하던 작가였음을 밝히고자 한다. 아울러, 이 시기의 여성 인물들은 제한적으로 '자기'의 시선과 목소리를 보이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작가의 '자기 고발'에 복무하고 있음을 특징으로 한다. 즉, '인격화'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여성 인물이 거듭 형상화됨에 따라, 처·누이와 같은 육친성을 지니고 있던 인물들은 점차 보편 여성의 형상으로 확대되어 가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인물에 대한 논의가 단지 김남천이라는 작가를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타자에 대한 논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반면, 2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성 인물들은 1절에서의 여성 인물보다 더욱 서사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주목된다. 아울러 그들의 성性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서사화되고 있어 작가의 여성에 대한 시선과 사회주의자로서의 의식이 교차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기여한다.

3장에서는 '직업 부인'들에 대하여 논하며, 특히 주목되는 것은 3장 2절에서 다루어질 「경영」, 「맥(麥)」 연작의 최무경이다. 1절에서는 이와 같은 무경을 예고하는 듯한 「바다로 간다」의 영자와 『사랑의 수족관』의 현순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여성 인물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하여 고투하는 모습과, 타인의 낙인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명명하는 과정을 통하여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2절에서는 "동일하면서도 또한 동시에 변화하는 존재자un être à la fois identique et changeante" 최무경을 본격적으로 다루는데, 그녀는 특히 어두운 시대를 삶의 낭비를 통하여 견뎌내던 이관형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인하여 주목을 요한다.

4장에서는 '인간화'된 여성 인물들이 남성 인물들뿐 아니라 공적 화자와 역사적 작가의 서사 전략을 넘어설 수도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4장 1절에서는 10여년 간 만들어진 인물인 이경희를 살펴보며, 그녀가 축조되는 과정에서 연작 소설에 남겨진 욕망의 알리바이를 확인한다. 나아가, 이를 통하여 해방 후 '타락'이라는 낙인이 찍혀야 했던 식민지 시기의 신여성들에 대해 논의한다. 이와 같은 논의를 통하여 본고는 연작 소설에서 축조된 그녀 고유의 서사와 더불어 공적 화자에 매개되지 않는 시선, 목소리가 지닌 역동성이 공적 화자의 낙인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욕망을 기반으로 하여 인물을 재의미화할 수 있는 데 공헌함을 밝히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4장 2절에서는 『1945년 8·15』의 박문경을 통하여 이성/감정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인간의 조건에 대하여 사유하고, 타자와의 조우를 통해 변화하는 인물에서 비롯된 미완의 서사가 지니는 윤리를 논한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하여 본 논문은 김남천을 자신의 취약성을 바탕으로 하여금 타자에 관심을 지녔던 작가라는 연속선상 하에 독해하고자 한다. 그와 같은 관심은 마르크시즘으로, 또한 지속적인 여성에 대한 관찰과 여성 인물의 축조로 발현되었을 것이다. 아울러 본고는 '인격화'된 여성 인물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하기보다 '인간화'된 여성 인물들이 보이는 고유성과 생명력을 살펴보며, 여성의 삶을 반영할 뿐 아니라 구성해내는 데 일조하기도 하는 문학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인물의 '인간화'를 통하여 인간의 조건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은 당대에 실존했던 여성들에 대한 논의이자 오늘날 성애화sexualization, 혹은 탈성화desexualization를 통하여 인간의 자격을 쉬이 박탈당하고 있는 여성들에 관련한 논의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독법을 통하여 김남천 소설에 나타난 여성 인물들을 읽어내는 작업은 카프 문학에 대한 접근법을 다양화할 수 있으며, 당사자성이 부재한 여성 서사와 여성 문학이 지니는 전복성에 대한 논의로 하여금 여성 서사와 여성 문학의 경계를 넓히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