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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지

국문 초록

목차

서론 9

본론 20

I. 직선적 시간의 해체 24

I-1. 살랏 기도 시간 24

I-2. 시간의 재구성 30

I-3. 모호함의 의미효과 : 근대적 시간의 해체 42

II. 저주받은 세계의 시간 54

II-1. 탈(脫)역사적인 시간 54

II-2. 반(反)구원적인 시간 64

II-3. 나선형 시간의 구축 74

III. 출구로서의 시간 91

III-1. 시간의 종결 : 공허로의 회귀 91

III-2. 밤으로부터 태어나는 시간 103

결론 113

참고 문헌 117

Résumé 124

표목차

[표 1] [제목없음] 29

[표 2] [제목없음] 41

초록보기

본 논문은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의 희곡 『사막으로의 회귀』를 시간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분석함으로써, 현대 비극 작가라 불리는 콜테스의 작품에 드러난 비극적 세계관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막으로의 회귀』는 콜테스에게서 변곡점이 되는 작품이다. 고전주의적인 형식에 준거한 이전 작품들에 비해 이 작품은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견고하게 조직된 라신적 구조는 셰익스피어적인 삽화식 극 구성으로 바뀌고, 연대기적인 시간의 흐름은 파편화되며 헝클어진다. 우리는 이 같은 변화를 세계관의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했다. 텍스트에 드러나는 시간의 성격이 곧 텍스트가 기반하는 세계관을 나타낸다는 것이 본 논문의 주요한 문제의식이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콜테스의 비극적 세계관이 발전해가는 양상 뿐 아니라, 이전 비극 작가들과 콜테스의 차별성을 이해하는 것 또한 가능해질 것이다.

논문의 Ⅰ부는 극작법상의 변화를 중심으로 이 작품의 시간 재현 방식이 직선적 시간 개념을 해체하고 있음을 살펴본다. 희곡은 ‘살랏’이라는 이슬람 기도시간을 막과 장의 제목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그것이 각 장면의 시간적 배경을 알려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연극의 시간이 선적인 흐름이 아닌, 각 장면의 배경 시간대를 기준으로 편집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우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단서들을 수집함으로써 사실일 법한 시간의 흐름을 추적하고자 한다. 그 결과 마리 유령의 출현과 흑인 공수부대원의 침입이라는, 파티마를 둘러싸고 정원에서 벌어지는 서로 다른 사건들의 시간이 중첩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논리적인 일관성 하에 파악될 수 없는 모호한 것으로 시간을 재현하는 작업은, 근대적 시간논리의 해체로 요약된다.

Ⅰ부의 논의가 해체의 과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Ⅱ부의 논의는 콜테스의 고유한 ‘저주받은 세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시간성에 주목한다. 텍스트에 담긴 시간성은 우선 역사와 종교의 테마를 통해 드러난다. 『사막으로의 회귀』에서 조명하는 역사는 단선적 시간에서 탈락한 여분의 시간들이다.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야만적인 폭력은 앞으로 나아가는 직선적인 시간으로서의 역사가 환상에 불과함을 폭로한다. 한편, 희곡에 등장하는 종교적인 모티프는 구원이 없는 절망의 세계를 보여준다. 무한히 재생되는 불교의 순환적 시간성에서 깨달음을 통한 해탈의 가능성은 배제되고, 심판을 향해 가는 기독교의 직선적인 시간성에서 구원의 가능성은 부정된다. 여기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이 텍스트에 개입하고 있는 주된 시간성이 직선적 시간성과 순환적 시간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두 시간성이 ‘저주받은 세계’를 지탱하는 원리는 결정적으로 세르쁘누아즈가의 ‘집’을 중심으로 구현된다. 직선적 시간성은 남성중심적 계보의 영속으로, 순환적 시간성은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여성들의 반복된 불행으로 형상화되는데, 이때 남성적 계보의 존속을 가능케 하는 것은 여성의 고통이다. 따라서 직선적 시간성과 순환적 시간성은 상호 의존 및 착취 관계를 맺으며 나선형의 시간으로 통합된다.

Ⅲ부에서는 Ⅱ부에서 살펴본 ‘저주받은 세계’의 탈출구를 모색하는, 또 다른 성격의 시간을 분석한다. 『사막으로의 회귀』에는 비극적 세계관을 형상화하는 시간성들을 종결하고 무(無)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존재한다. 마틸드는 가문의 모든 상속물과 상속의 가능성을 파괴한 뒤, 아드리앵과 함께 재생산이 불가능한 불모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파티마는 모든 어머니의 저주받은 운명을 품고 사막으로 가 스스로 소멸한다. 작품의 결말은 시간의 차원에서도 공허로의 완전한 회귀를 보여준다. 반면, 흑인 쌍둥이의 탄생은 새로운 시간의 탄생을 의미한다. 로물루스와 레무스로 이름 붙여진 쌍둥이는 완전히 새로운 문명의 건설과 또 다른 불화의 시작을 동시에 상징한다. 쌍둥이 탄생의 의미는 양가적이며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이렇게 공허로부터 태어나는 새로운 시간은 예측 불가능한, 미확정의 시간으로 결론난다.

본 연구가 도출하고 있는 중요한 결론은 『사막으로의 회귀』가 콜테스의 세계 인식에 있어서도 변곡점을 이루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변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드러난다. 첫째, 세계의 악이 착취관계라는 형태로 존재함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둘째,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결심을 드러내고 있다. 실존에 대한 환상을 거부하면서도 끝까지 절망으로 결론내리지도 않는 고집스러움은 콜테스가 다른 비극 작가들과 분명하게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콜테스는 『사막으로의 회귀』에 이르러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본 연구의 의의는 시간의 주제를 통해 콜테스의 이뤄질 수도 포기할 수도 없었던 열망이 『사막으로의 회귀』에서 절망에 맞서 싸울 의지로 승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자 했다는 점에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