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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지

목차

국문 초록 14

I. 서론 17

1. 연구의 목적, 배경 17

2. 연구의 내용, 방법 23

II. 멜랑콜리 28

1. 멜랑콜리 담론 29

2. 고통의 의미와 이미지 37

3. 멜랑콜리의 도상 43

III. 좌절된 욕망을 찾아 떠나는 여정- 《비디오》를 중심으로 49

1. 잃어버린 것 51

2. 삶의 덧없음 60

2.1. 잊혀진 배우 61

2.2. 쇠락한 풍경 63

3. 분절된 서사 68

3.1. 조각난 현실 69

3.2. 서사의 복합구조 75

4. 프로젝트 〈미미〉와 〈불 꺼진 극장의 거리〉에서 비디오의 역할 82

IV. 빛, 화가, 관객, 나르시시스트의 자리- 《서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88

1. 플래쉬 섬광 93

1.1. 청춘시절 93

1.2. 평면 공간 97

2. 사진과 회화 99

V. 밤, 빛나는 어둠- 《밤 풍경》을 중심으로 103

1. 별빛 105

2. 도시의 불빛들 108

3. 행위와 과정으로서의 그리기 113

VI. 분위기- 《실내의 인물》을 중심으로 118

1. 고독, 불안 126

2. 미장센 134

2.1. Narrative 135

2.2. Lighting 139

3. 초상화 142

4. 삶의 한 순간 147

5. 그리기의 분화 155

5.1. 다시, 그리기의 문제- 《포즈》 158

VII. 결론 163

참고문헌 169

Abstract 173

도판 1. 작가미상, 〈아이아스〉, 고대 로마 시대 31

도판 2.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해변의 수도승〉, 1809년 31

도판 3.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Düre), 〈멜랑콜리아 I〉 43

도판 4. 에드바르드 뭉크(Edvard_Munch), 〈멜랑콜리〉 44

도판 5.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의사 가셰의 초상〉 44

도판 6.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 영화 〈멜랑콜리아〉, 2011 44

도판 7.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생각하는 사람〉, 1888 46

도판 8. 오귀스트 로댕 (Auguste Rodin), 〈지옥의 문〉 부분, 1880-1888 46

도판 9. 작가미상,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신라시대 47

도판 10. (좌측 위부터)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루시안 프로이트... 48

도판 11.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74

도판 12.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 영화 〈징후와 세기〉 중에서, 2009 79

도판 13.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 〈프리미티브 프... 82

도판 14. 카라바지오(Michelangelo da Caravaggio), 〈나르키소스〉, 1594-1596 92

도판 15. 에드워드 번 존스(Edward Burne Jones), 〈Pygmallion and the ImageIV〉,... 92

도판 16. 리네케 딕스트라(Rineke Dijkstra), 〈폴란드의 콜로브제크〉, 1992 96

도판 17. 마사치오(Masaccio), 〈성 삼위일체〉, 1428 97

도판 18.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 〈Female Impersonator Holding... 99

도판 19.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Uncle Rudy〉 100

도판 20. 제임스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검정과 금빛의 녹턴: 떨어지는 불꽃〉, 1875 106

도판 21.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별이 빛나는 밤〉, 1889 107

도판 22.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1942 109

도판 23. 피터 도이그(Peter Doig), 〈Concrete Cabin 2〉, 1992 115

도판 24.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 〈Duueh〉, 2003 116

도판 25.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19

도판 26.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 〈성 베네딕트... 119

도판 27. 스탠리 큐브릭 (Stanley Kubrick),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1968 121

도판 28.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New York Movie〉, 1939 126

도판 29.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Room in New York〉, 1932 127

도판 30.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Hotel Room〉, 1931 127

도판 31. 짐 자무쉬(Jim Jarmusch), 영화 〈천국보다 낯선〉 중에서, 1984 128

도판 32.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사춘기〉, 1895 132

도판 33. 프란시스코 드 고야(Francisco de Goya), 〈Senora Sabasa Garcia〉,... 142

도판 34. 테오도르 제리코(Théodore Géricault), 〈미친 여자〉, 1819-1822 142

도판 35.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웃는 자화... 143

도판 36. 버나드 브루스(Bernard bruce), 〈루시안 프로이트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144

도판 37. 앙드레 케르테즈(André Kertész), 〈Ernest〉, 1931 153

도판 38. 개인전 〈그림의 맛〉 원앤제이 갤러리 1층 전시... 155

도판 39. 최진욱, 〈그림의 시작〉, 1990 157

작품 1. 〈Mimi〉, Single Channel Video 11' 23", 2004 51

작품 2. 〈34 Rue des Ormeaux, l'hiver 2002〉, Single Channel Video 9' 50", 2005 52

작품 3. 〈불 꺼진 극장의 거리〉, 2 Channels Video 16' 28", 2007 54

작품 3-2. 〈불 꺼진 극장의 거리〉 중에서 62

작품 3-3. 〈불 꺼진 극장의 거리〉 중에서 64

작품 3-4. 〈불 꺼진 극장의 거리〉 중에서 86

작품 4. 〈물 위의 불빛들〉, Single Channel Video 19' 08", 2011 55

작품 4-2. 〈물 위의 불빛들〉 중에서 56

작품 4-3. 〈물 위의 불빛들〉 중에서 72

작품 4-4. 〈물 위의 불빛들〉 중에서 73

작품 4-5. 〈물 위의 불빛들〉 중에서 75

작품 5. 〈I X Blue〉, Single Channel Video 41' 39", 2008 59

작품 5-2. 〈I X Blue〉 중에서 65

작품 5-3. 〈I X Blue〉 중에서 70

작품 5-4. 〈I X Blue〉 중에서 78

작품 6. 〈프랑스에 가고 싶어도〉, Single Channel Video 16' 19", 2009 69

작품 7. 〈KE 902 to the Clouds〉, Single Channel Video 7' 15", 2007 77

작품 8. 프로젝트 〈미미〉, 개인전 《Mysel When I Am Real》 대안공간 루프 전시 전경, 2007 84

작품 9. 〈이 씨앗들은 아직도 꽃을 피울 수 있을까?〉, Mixed Media, 9.5 x 7 x 2.2cm, 2004 85

작품 10. 〈Monsieur INC.〉, Oil on Canvas, 100.0 x 80.3cm, 2005 87

작품 11. 〈BH〉, Oil on Canvas, 145.5 x 97cm, 2013 89

작품 12. 〈Teuyo〉, Oil on Canvas, 130.3 x 97cm, 2008 94

작품 13. 〈Tropical Night〉, Oil on Canvas, 65.1 x 90.9cm, 2008 105

작품 14. 〈밤-한강 유원지-양화지구〉, Oil on Canvas, 97 x 145.5cm, 2011 108

작품 15. 〈Yellow〉, Oil on Canvas, 89.4 x 130cm, 2008 110

작품 16. 〈밤-터널을 나온 남자〉, Oil on Canvas, 130.3 x 162.2cm, 2012 110

작품 17. 〈밤-주유소〉, Oil on Canvas, 130.3 x 162.2cm, 2017 111

작품 18. 〈밤-터널-주유소〉, 91 x 116.8 cm, Oil on canvas, 2020 112

작품 19. 〈터널을 지나도-다리를 건너도〉, 91 x 116.8 cm, Oil on canvas, 2020 112

작품 20. 〈Finchley Road〉, Oil on Canvas, 116.8 x 91.0cm, 2007 113

작품 21. 〈아침-침실-MJ〉, Oil on Canvas, 145.5 x 97cm, 2015 121

작품 22. 〈담배를 피는 DW:Smoking DW, 162.2 x 130.3cm, Oil on canvas, 2019 123

작품 23. 〈TV디너〉, Oil on Canvas, 97 x 130.3cm, 2017 129

작품 24. 〈SH〉, 162.2 x 130.3cm, Oil on canvas, 2020 131

작품 25. 〈매일 아침〉, Oil on Canvas, 162.2 x 130.3cm, 2017 136

작품 26. 〈전화를 받지 않는 JE〉, 91 x 116.8cm, Oil on canvas, 2019 138

작품 27. 〈S# 저녁-보형의 거실-소파위〉, Oil on Canvas, 53 x 72.7cm, 2011 140

작품 28. 〈CH〉, 162.2 x 130.3cm, Oil on canvas, 2020 145

작품 29. 〈여름-바다-눈부신〉, oil on canvas, 72.7 x 60.6cm, 2020 147

작품 30. 〈나는 공항에 오기를 좋아한다.〉, Oil on Canvas, 80.3 x 100cm, 2004 148

작품 31. 〈Monsieur Suh〉, Oil on Canvas, 162.2 x 112.1cm, 2013 149

작품 32. 〈SY〉, Oil on Canvas, 145.5 x 97cm, 2008 150

작품 33. 〈SY〉, Oil on Canvas, 145.5 x 97cm, 2013 150

작품 34. 〈가죽 창고의 WW〉, 162.2 x 130.3cm, Oil on canvas, 2020 151

작품 35. 〈WW〉, Oil on Canvas, 145.5 x 97cm, 2013 152

작품 36. 〈Melody〉, 90.9 x 72.7 cm, OIl on canvas, 2020 160

작품 37. 〈여름-아침〉, 90.9 x 65.1 cm, Oil on canvas, 2020 162

초록보기

멜랑콜리는 의학용어로써 우울증을 뜻하기도 하지만 예술, 철학, 종교 분야와 일상적인 언어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 연구는 본인 작업을 멜랑콜리의 미학 안에 두고, 우리 시대의 삶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는 데 목적을 둔다. 선행 작가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멜랑콜리의 예술이 단순히 퇴행적인 센티멘털리즘이 아니라 동시대의 아픔을 공유하려는 예술가의 노력임을 밝힌다. 회화 제작은 화가가 본 것에 형태를 부여하고 우리 삶의 한 순간을 기록하는 일이다. 아울러 본인의 작업에서 회화를 비롯한 각 매체가 갖는 특성과 효과를 고찰한다. 그리고 회화 제작과정의 기술적 특수성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을 통해서, 이미지가 범람하는 현대사회의 시각 환경 속에서 회화 이미지가 갖는 특별함이 무엇인지 고찰한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하고 이별하고 죽는다. 인간의 유한성은 삶이 배태한 한계이고, 삶의 근원적인 고통의 전제이다. 죽음은 개체의 완전한 소멸이지만 우리 삶의 일부이기도 하다. 인간은 죽음을 의식하기 때문에 삶의 일부로 죽음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유한한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하기 때문에 우리는 멜랑콜리를 보편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다.

삶의 유한성이 멜랑콜리의 태생적 요인이라면, 자본주의 사회의 무한경쟁 시스템은 멜랑콜리의 사회적 요인이다. 우리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사회 발전의 원동력은 늘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획일적인 사회에서 경쟁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목표를 쟁취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완전한 충족이 불가능한 욕망과 상실 속에서 살아간다.

멜랑콜리가 한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 감정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많은 사상가가 멜랑콜리 담론에 참여해 왔다. 프로이트는 멜랑콜리가 슬픔과 마찬가지로 상실에서 비롯되지만, 슬픔과 달리 상실의 대상이 불확실해서 애도를 수행하기 어려우며, 그래서 더 고질적이라고 본다.

아도르노의 예술론은 현실비판의 과제를 수행하는 사회적 예술개념이다. 이 '부정의 예술'은 어둡고, 우울하고, 부조화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멜랑콜리 예술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바, 멜랑콜리 예술이 단순히 퇴폐적이라는 편견을 극복하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아도르노는 서구의 계몽주의가 가져온 재난의 구조를 밝힌다. 지성은 체험적으로 고통의 깊이를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고통을 읽어내려면 비논증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여기에 예술의 중요성이 있다. 예술은 구체적이고 체험적으로 고통을 표현하는 언어이다. 아도르노는 '부정의 예술'을 통해서 고통과 화해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삶 속에서 경험하는 상실의 고통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고통의 무의미함이다. 어떠한 의미망에도 걸리지 않는 무의미한 고통은 인간에게 큰 시련을 준다. 그래서 무의미한 고통은 상실의 대상을 알 수 없는 멜랑콜리와 마찬가지로 원인을 추적해서 치유하기가 어렵다. 인간은 무의미한 고통에 대항하기 위해 철학, 종교, 예술과 같은 문화를 만들어 왔다.

예술가는 타인의 고통에 의미를 만든다. 이미지라는 단어는 라틴어 어원에 모방이라는 뜻이 있으며, 롤랑 바르트는 진정한 이미지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환기해서 감상자를 찌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본인의 작품을 매체에 따라 비디오와 회화로 나눈다.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진 두 매체는, 유기적인 방식으로 의미를 만든다. 회화는 다시 《서 있는 사람들》, 《밤 풍경》, 《실내의 인물》로 나눌 수 있다. 본인의 작품에는 고통, 고독, 불안, 권태, 상실, 결핍, 나르시시즘, 이유 없는 슬픔 등 멜랑콜리의 특징들이 나타난다. 멜랑콜리를 주제로 작업해 왔다기보다는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가 멜랑콜리라고 말하는 편이 적당하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파괴적인 시간의 힘 앞에 스러져갈 수밖에 없다. 파트리크 모디아노의 소설 『팔월의 일요일들』을 본인의 작품과 함께 살펴봄으로써, 삶의 유한성이 멜랑콜리의 근원임을 알 수 있다. 회화의 이미지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현재'를 붙잡아 두기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망각으로부터 구해낸다. 초상화는 죽어가는 것을 기록하고, 죽은 자의 '삶의 한 순간'을 기억한다. 극단적인 염세주의자로 알려진 쇼펜하우어도 삶의 실재성이 오직 현재의 시간에 속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현재'를 붙잡아 두려는 회화 이미지는 고통받는 현재를 살아가려는 삶의 의지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 우연히 발생하는 효과나 재료와의 물리적인 부딪힘을 통해 의도치 않았던 미끄러짐이 생기기도 한다. 본인은 인간의 감각이 가진 한계와 가능성이라는 모순적인 동시성을 겸허히 수용한다. 여전히 회화의 장점은 감각의 생동감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본인의 작품에 나타나는 멜랑콜리는 단순히 한 개인이 느끼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서 고통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기에 멜랑콜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태도임을 인정해야 한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삶의 구성요소로 인정하는 것이 멜랑콜리 예술의 출발점이다. 멜랑콜리 예술은 허무주의를 조장하는 퇴폐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지배의 안티테제이며, 고통에 참여하는 예술이다. 슬픔을 인정하고, 고통의 의미를 만드는 강건한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