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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지

국문초록

목차

I. 서론 10

1. 연구의 목적 10

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12

II. 글리치와 글리치 아트의 정의 16

1. 글리치 존재론 16

1) 기술적 오류로서의 글리치 16

2) 시각적 글리치의 기술적 이해와 특징 19

2. 글리치 아트: 자기규정적 시도의 연속과 좌절 24

1) 글리치 아트의 짧은 역사 24

2) 글리치 아트의 이른 종언 31

III. 글리치 미학의 가능성과 한계 39

1. 반영의 순간으로서의 글리치, 비판적 실천으로서의 글리치 아트 39

1) 소음, 사고의 미학 39

2) 시각적 반커뮤니케이션 전략: 아방가르드 전통의 계승 43

3) 디지털 유물론: 유물론적 영화의 확장 49

2. 글리치 미학의 내재적 비판성과 그 한계 58

1) 또 다른 정보, 의도된 사고 58

2) 글리치 '아트' : 정상적 커뮤니케이션의 일환 61

3) 디지털 자본으로의 포섭 66

IV. 글리치 아트 이후의 글리치 75

1. 글리치 아트 방법론의 연장 75

2. 재물질화, (비)물질 83

3. (비)물질적 글리치 산물 96

V. 결론 106

참고문헌 109

Abstract 123

도판목차

도판 1. 로사 맨크먼(Rosa Menkman), 〈파일 형식의 토착어(Vernacular of File Formats)〉, (좌측부터) 〈PNG2000〉, 〈Photoshop〉, 〈GIF〉, 2009-2010. 21

도판 2. 체어리프트(Chairlift), 〈분명한 도구(Evident Utensil)〉, 2009. 23

도판 3. 닉 브리즈(Nick Briz), 〈디지털 시대의 시민을 위한 새로운 생태학(A New Ecology for the Citizen of a Digital Age)〉, 2009. 23

도판 4. 제이미 펜든, 라울 자릿스키, 딕 애인스워스(Dick Ainsworth), 〈디지털 티비 디너〉, 1979. 25

도판 5. 이드 소프트웨어, 〈퀘이크 1〉, 1996. 26

도판 6. 조디, 〈무제 게임〉, 1998-2002. 26

도판 7. 폴 비 데이비스, 제이콥 시오치, 〈압축 연구 #1(무제 데이터 메시업) (Compression Study #1(Untitled Data Mashup))〉, 2007. 33

도판 8. 카니예 웨스트, 〈상심에 빠진 걸 환영한다〉, 2009. 33

도판 9. 조디, 〈나의%데스크탑〉, 2002-2010. 51

도판 10. 다케시 무라타, 〈괴물 영화〉, 2005. 53

도판 11. 〈미션 투 마스〉, 2000 64

도판 12. 〈터미네이터 3: 라이즈 오브 더 머신〉, 2003. 64

도판 13. 권은비, 〈Glitch〉, 2022 65

도판 14. 코리 아르캉겔, 〈슈퍼 마리오 클라우드〉, 2002 69

도판 15. 버거킹, 〈버거 글리치〉, 2022. 72

도판 16. 버거킹, 〈버거 글리치〉, 2022. 73

도판 17. 버라이즌, 〈초기화〉, 2021 74

도판 18. 버라이즌, 〈초기화〉, 2021 74

도판 19. 김천수, 〈"알-마그라히", 12 셔우드 크레센트, 록커비〉, 《관객행동요령》 (서울시립미술관 SeMA 벙커, 2018) 전시 설치 전경, 2011. 76

도판 20. 김천수, 〈로우-컷 #08(Low-cut #08)〉,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흰색 먹줄, 140x180 cm, 2018. 77

도판 21. 김천수, 〈로우-컷 #58(Low-cut #58)〉,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흰색 먹줄, 180x140 cm, 2018. 78

도판 22. 네홀, 〈ATLAS 1〉, 종이에 잉크젯 프린트, 28x30x5 cm, 2014. 80

도판 23. 네홀, 〈ATLAS 4〉, 종이에 잉크젯 프린트, 28x30x5 cm, 2014. 80

도판 24. 네홀, 《못이 없어서》 전시 전경, 유카타 키쿠타케 갤러리(Yutaka Kikutake Gallery), 2019. 81

도판 25. 노엘 앤더슨, 〈다이 라이퉁〉, 변형된 자카르 테피스트리, 269x396cm, 2016-2017. 82

도판 26. 앤트 스콧의 '플랫 판넬 포토그램' 작업 과정. 84

도판 27. 앤트 스콧, 〈마천루 #04(SKYSCRAPER #04)〉, 젤라틴 실버 루미노그램, 17 x 12 cm, 인화지, 2005. 84

도판 28. 앤트 스콧, 〈29개의 평행 띠〉, 천 테이프에 유채, 0.25x500cm, 2011. 85

도판 29. 앤트 스콧, 〈예와 아니오를 넘어서〉, 천 테이프에 유채, 0.25x1000cm, 2013. 85

도판 30. 템킨의 〈디터 연구: 수작업 렌더〉(2016~) 작업 과정 사진. 86

도판 31. 다니엘 템킨, 〈2열 시에라, 50% 파랑(초록의 근사치) (Two Row Sierra, 50% Blue(Approximation of Green), 패널에 유채, 122x91.5 cm, 2019. 86

도판 32. 필립 스턴스, 〈글리치텍스타일〉 홈페이지, https://glitchtextiles.com/. 87

도판 33. 김천수, 〈로우-컷 #49〉,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흰색 먹선, 180x140cm, 2018. 88

도판 34. 김천수, 〈로우-컷 #101〉,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흰색 먹선, 130x100cm, 2020. 88

도판 35. 김천수 〈로우-컷〉(2018~) 연작 먹줄 작업 사진. 88

도판 36. 김천수, 〈로우-패스 3049_24〉, 알루미늄 패널에 잉크젯, 2018. 90

도판 37. 김천수, 《로우-컷, 로우-패스》 (일우 스페이스, 2018), 전시 전경. 90

도판 38. 네홀, 〈ATLAS〉 연작 도록, 2014. 91

도판 39. 네홀(류다 리타)의 작업 과정 사진. 91

도판 40. 노엘 앤더슨, 〈함입(발사)〉, 변형된 자카르 태피스트리, 2016-2017. 93

도판 41. 노엘 앤더슨, 〈함입(발사)〉 세부 사진. 93

도판 42. 노엘 앤더슨, 〈(hor)Rorshak〉, 표백제, 염료, 레이저 커팅 된 농구공, 자카르 태피스트리, 각 50.8x82cm, 2021. 93

도판 43. 네홀, 〈7여성(7Women)〉, 종이에 잉크젯 프린트, 목재, 105x90x5cm, 2017. 99

도판 44. 네홀, 〈인터뷰/김순덕(Interview/Soondeok Kim)〉, 종이에 잉크젯 프린트, 목재, 105x90x5cm, 2017. 99

도판 45. 노엘 앤더슨, 〈프라이어(Pryor)〉, 자카르 태피스트리, 102x91cm, 2016. 102

도판 46. 노엘 앤더슨, 〈이(휴이) (This(Huey))〉, 자카르 태피스트리, 102x91cm, 2016-2019. 102

초록보기

본 논문은 디지털 데이터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한 이미지 생성 및 매개가 보편화된 동시대 시각 예술 지형을 바탕으로, 글리치라는 디지털 시스템의 오작동 및 결함적 산물을 유용하는 '글리치 아트'를 다룬다. 동시에 글리치와 글리치 아트의 비판적 가능성을 논해온 '글리치 미학'으로 일컬어지는 선행 담론들의 논의를 되짚으며 그 당대적 의미를 재고하는데 연구의 중점을 둔다.

다양한 시스템 오류 중에서도 글리치는 데이터 흐름의 최종 종착지이자 인간이 독해 가능한 형태의 정보를 제공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의 작동에 영향을 미친다. 글리치 아트는 이처럼 글리치가 데이터 산물에 기대치 못한 독특한 시각적 변형을 가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며, 이를 위해 시스템 환경에서 일어나는 글리치를 포착하거나 의도적으로 유발한다. 1990년대 무렵 글리치 아티스트로 자칭하거나 규정되었던 일군의 작가들은 결함적 디지털 이미지 생성 방법과 시각적 공통점을 바탕으로 기존의 뉴미디어 아트 및 넷아트, 포스트 디지털 담론에 완전히 귀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가능성을 가진 '글리치 아트'로 자신들의 실천을 규정하고자 했다. 더불어 '글리치 미학'으로 통칭될 수 있는, 소수의 작가 및 이론가에 의한 글리치 아트의 담론화 시도는 작가들의 체험론적(Heuristic) 규정 시도를 넘어 디지털 시스템 내에서 글리치가 갖는 의의를 통해 글리치 아트의 비판적 가능성을 주장하고자 했다. 글리치 미학은 글리치를 의도치 않은 결함적 산물로서 정보에 반하는 '소음(Noise)'이자 매개 과정의 우발적 '사고(Accident)'로 상정한다. 이에 따라 글리치를 유용하는 글리치 아트가 디지털 매개의 비가시적 규약과 디지털 기술-문화의 정상성의 기준을 반영할 수 있는 재고의 순간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데이터 코드나 코덱(Codec) 등 비물질적 정보들을 직접 조작하는 데이터벤딩(Databending), 데이터모싱(Datamoshing)과 같은 특유의 방식을 통해, 소위 '디지털 아우라(Digital Aura)'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의 비물리적 환상을 물질적으로 파훼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글리치 미학은 글리치 아트의 의미를 역사적 아방가르드를 거쳐 실험 영화, 비디오 아트, 유물론적 영화(Materialist Film)로 이어지는 반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연장이자 디지털 버전의 비판적 매체 실천(Critical Media Practice)으로 바라본다.

본 논문은 맨크먼(Rosa Menkman), 케인(Carolyne L Kane), 김지훈 그리고 베탄코트(Michael Betancourt)에 이르는 글리치 미학에 대한 기존 논의들을 통해 글리치 및 글리치 아트가 비판성을 내재한다고 주장하는 주요 논점들을 살펴본다. 동시에 본 논문은 글리치 및 글리치 아트의 비판적 가능성을 주장하는 바로 그 지점으로부터 기인하는 글리치 미학의 한계점들을 함께 살핀다. 예컨대 글리치는 완전히 붕괴되지 않은, 여전히 정상적인 시스템 작동에 의해 매개된 일종의 '소음적 정보'이다. 이로 인해 글리치 아트의 결함적 이미지 또한 재현된 대상이 잘못되었다는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 된다. 나아가 글리치 아트가 디지털 시스템의 비물리적 작동 원리를 밝혀내는 것이 자동적으로 디지털 시스템에 의한 사회-문화적 맥락, 디지털 자본주의에 대한 유물론적 비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선례적 글리치 아트들로부터 이어져 오는 일련의 내재적 비판성을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자동적, 내재적 비판성은 그간 글리치 미학이 '길들여진 글리치(Domesticated Glitches)'라 구분하려 했던, 전형적인 글리치 이미지의 시각성이 상업적 목적에 의해 차용되는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결국 글리치는 기업을 홍보하는 하나의 시각적 양식이나 이윤 등의 기존의 정상적 가치를 강조하는 일종의 술책(Gimmick)에 지나지 않게 된다.

마지막으로 본 논문은 디지털 시스템의 결함을 작업 과정에 도입하거나 최종적 산물의 외형이 글리치 아트의 전형적인 디지털적 시각성을 공유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살펴본다. 그러나 당대적인 버전의 글리치 아트 또는 글리치 아트 이후의 글리치 아트라고 볼 수 있을 김천수(1981~), 네홀(Nerhol, 2007~) 그리고 노엘앤더슨(Noel W. Anderson, 1981~)의 작업은 결함적 디지털 시각 산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리치 이미지를 다시 한번 물질적으로 왜곡하는 글리치의 재물질화를 시도한다. 본 연구자는 세 작가의 (비)물질적 글리치 산물이 디지털 매체 시스템과 디지털 기술-사회를 통합적으로 규정하는 디지털 자본주의라는 (비)물질적 조건을 가시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기 글리치 미학의 내재적 한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는데, (비)물질적 글리치 산물에 의해 촉발될 수도 있는 비판적 인식은 디지털 시스템에 대한 비물리적 환상을 추동하는, 여전히 강력한 디지털 아우라에 가려질 수 있으며 오로지 이미지를 독해하는 이의 해석에 그 비판성을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논문은 기존의 글리치/글리치 아트 이후 등장한 (비)물질적 글리치 산물에 대한 논의로서, 글리치/글리치 아트를 매체 중심적 비판 실천으로 바라보았던 글리치 미학의 관점을 갱신한다는 차원의 의의가 있다. 동시에 본 논문이 오늘날 기술적, 사회적 체계를 결정 짓는 디지털 자본주의라는 유일한 조건을 가시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예술적 실천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